'인텔효과'가 프로그램 매물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인텔은 20일 새벽(한국시간) 1분기 주당 순이익이 34센트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26센트에 비해 25%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시장의 기대치인 31센트를 크게 웃도는 것로 IT(정보기술)기업들의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켰다. 삼성SDI도 이날 1분기 실적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IT주 강세로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으나 프로그램 매물 출회로 상승폭은 4.91포인트에 그쳤다. ○빛바랜 인텔 효과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9.0%보다 높은 9.5%로 나타나면서 선물지수가 현물지수를 밑돌자 프로그램 매물이 대량 출회됐다"며 "이에 따라 인텔 효과도 빛이 바랬다"고 분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실적은 좋았지만 주택 관련 지표가 급랭하는 등 실물경기 둔화를 예고하는 지표가 함께 나와 미국 증시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5월 초 미국 금리 결정일까지 하루 하루 발표되는 경기 관련 지표에 따라 증시가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원증권 김세중 애널리스트는 "인텔 효과로 920선을 지켜냈지만 유가 급등,미국 증시 불안정 등의 부정적 요인이 있기 때문에 지수가 방향을 완전히 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IT주도 차별화될 듯 대우증권 정창원 팀장은 "국내외 IT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면서 회사별로 기대치와 실제 성과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며 "1분기와 2분기를 저점으로 IT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의 경우 시장의 기대치가 높았던 데 비해 실적은 이에 못미쳐 주가가 큰 폭 하락한 반면 LG전자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증권사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업종별로도 회사별 성과 차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반도체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확인했으나 가전과 디지털미디어에서는 각각 4백억원과 1백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흑자 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시장에 충격을 줬다. LCD(액정표시장치) 가격이 급락했지만 삼성전자는 소폭(2백억원)의 영업흑자를 낸 반면 LG필립스LCD는 1천6백20억원의 적자를 냈다. LG전자는 가전부문에서 경쟁 격화에도 불구하고 1천6백9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점이 호평을 받아 매수 추천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SDI 흑자 전환 삼성SDI는 이날 1분기 영업이익이 해외공장 포함 1백56억원으로 전분기 3백92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5백41억원으로 58.3% 증가했다. 반면 매출은 전기보다 17% 감소한 1조8천6백34억원에 그쳤다. 본사 기준으로는 4백34억원의 영업적자와 5백4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실적이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2분기에는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투증권 김정욱 애널리스트는 "해외 브라운관 사업부는 이익을 내고 있지만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등 국내 성장사업부가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2분기에 얼마나 실적이 호전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삼성SDI 주가는 이날 1.54%(1천5백원) 오른 9만8천8백원에 마감됐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