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건설시장에 현대건설의 명성을 다시 각인시겼다는 게 무엇보다 기쁩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준공식에 참석한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66)은 기자들과 만나 다소 흥분된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성공적인 준공을 축하하는 조촐한 회식을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장은 현대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의 시련에도 불구,그 위상이 건재함을 확인받았다는 사실에 매우 고무된 모습이었다. 이 사장은 준공식 후 만난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으로부터 "성공적인 준공은 모두 현대건설의 공"이라는 치하와 함께 "무엇보다 단기간에 공사를 끝낸 현대건설의 기술력이 대단하다"며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또 "이란에서 계속 일하기를 희망한다"는 이 사장의 요청에 대해 하타미 대통령은 주저없이 "현대건설이 이곳에서 일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명쾌하게 답했다는 것. 하타미 대통령은 "국가의 경쟁력은 현대건설처럼 뛰어난 기업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이 사장은 덧붙였다.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외교관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 셈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이 사장은 이번 출장 기간 중 준공식 참석이라는 당초 목적에 머물지 않고 동분서주했다. 그는 하타미 대통령은 물론 장가네 석유성 장관 등 이란의 주요 관리를 직접 만나 향후 수주와 관련한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틈틈히 공사현장을 들러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현장에서는 근로자들과 함께 족구를 하며 한몸이 되었고,저녁 회식자리에서는 직원들의 어깨를 껴안고 현대건설 사가(社歌)를 3절까지 열창하기도 했다. 또 밤에는 중동지역 지사장을 모두 소집해 릴레이 회의를 주재했다. 이 사장은 "출장기간 하루에 2∼3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며 "솔직히 하타미 대통령을 면담할 때는 졸려서 혼났다"고 털어놨다. 이 사장은 귀국길에 싱가포르와 홍콩의 공사 현장도 방문했다. 그는 이번 출장길에 단 한 명의 수행원도 데려가지 않았다. 새벽같이 일어나 직접 여행가방을 챙긴 뒤 들고 다녔다. 이 때문에 현지 직원들은 귀국길에 오르는 이 사장에게 바퀴가 달린 여행가방을 선물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포기해야 했다. 권탄걸 현대건설 두바이 지사장은 "사장님은 새 가방을 받았다고 헌 가방을 버리고 갈 분이 아닙니다. 결국 짐만 하나 더하는 꼴이 될 게 뻔합니다. 현대건설이 다시 우뚝 선 것은 이런 정신 덕분이지요"라고 말했다. 두바이(UAE)=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