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과거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함에 따라 그 배경과 향후 증권집단소송 대상 기업들의 자발적 '고해성사'가 잇따를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앞서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고 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재무제표를 고칠 경우 감리 면제 또는 이미 감리중인 기업에 대해서는 제재 경감 등 선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왜 밝혔나 일부에선 대한항공이 현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감리를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감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과거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실을 공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품 관리와 회계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수년간 부품 미착품 계산에 차이가 있어왔던 것을 확인,이번에 손실 처리하게 된 것"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손실 처리는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아니라 회계처리상 단순 오류일 뿐"이라며 "이 같은 사실은 다음달 중순에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확인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미착품 계정'이 과거 기업들의 비자금 마련을 위해 악용되기도 한 회계항목이라는 점에서 분식사실을 공개하게 된 또다른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회계처리기준 위반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도 아니고 7백억원 정도인데 다른 뜻으로 공개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도 "이유야 어찌됐든 집단소송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상 기업이 사업보고서 외에 모든 투자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수시공시 형식을 통해 스스로 과거 회계처리 오류 사실을 털어놨다는 사실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대기업도 뒤따를까 금감원은 일단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이번의 자발적 공개와 같은 유사사례가 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집단소송 적용기간이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돼 있는 데다 이 기간이 끝나면 과거 잘못에 대해 더 엄정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기업 입장에선 그 전에 문제점을 스스로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행 규정상 기업이 과거 회계처리 기준 위반을 자발적으로 수정할 경우 수정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거나,이미 감리가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서는 징계 수위를 낮추기로 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처럼 과거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증권집단소송법 개정과 금융당국의 감리 면제 방침에 따라 기업들이 집단소송의 부담은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지만 민·형사상 책임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며 "기업 입장에선 과거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실을 쉽게 털어놓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규모 회계처리 기준 위반의 경우 내년 말까지로 제한된 유예기간 중 모두 털어내기가 쉽지 않다"며 "계속 숨기려는 기업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이상열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