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숍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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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자랜드 2층의 한 수입 오디오 매장.
마흔 남짓 됐을 법한 중년 여성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턴 테이블에 선뜻 돈을 지불하는 것을 보고 질문을 던졌다.
"LP판을 몇 장이나 갖고 계시길래..."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1장이요.
20년 전 남편과 연애할 때 처음 받았던 선물이 '87년 강변가요제'앨범이었어요."
이 고객은 "한 장밖에 없는 LP판이지만 연애시절 애틋한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틈틈이 돈을 모았고 이제야 그 꿈을 이루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마니아 숍(mania shop)'들이 각광받고 있다.
한 조에 1억원이나 되는 스피커나 8천만원짜리 앰프,30만원을 호가하는 만화영화 로봇 건담의 프라모델(조립완구) 등 '억' 소리가 날 만한 가격에도 마니아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전자랜드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오프라인 건담 전문매장인 '건담베이스'의 하루 매출은 3백만∼5백만원에 달한다.
롯데·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들이 마니아들을 겨냥해 명품관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이같은 현상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3억3천만원짜리 카르티에 시계 하나만 팔면 그날은 문을 닫아도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명품으로 통칭되는 고가의 보석 액세서리 의류 등도 타인과 다른 나만의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마니아 상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레야타운 헬로apm 등 동대문 패션몰도 해외에서 직수입한 신발 등을 찾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의 고객이 많아지면서 이들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프레야타운 전우동 차장은 "수백켤레나 되는 신발을 사 모아 상자채로 보관하는 마니아들도 있다"며 "반응이 워낙 좋아 기존 5,6층 매장을 새롭게 꾸미고 있다"고 전했다.
헬로에이피엠 역시 8층에만 있던 직수입 매장을 지난해 7층으로까지 확대했다.
헬로에이피엠의 한 상인은 "해외 유명 신발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인터넷이나 동남아 등지의 아울렛을 돌며 구매해 온다"며 "국내에서는 동대문 외에는 없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라 신발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