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을 바꾼 국세청이 ‘실용적 세정개혁’을 새로운 모토로 들고 나왔다. 21일 본청 회의실에서 개최된 ‘열린세정추진위원회’ 1차 회의는 이주성 신임 청장의 실용주의적 색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청장 취임 후 새롭게 구성된 이 위원회는 과거 이용섭 전 청장 시절 운영됐던 세정혁신추진위원회와는 여러모로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우선 위원회 구성원 자체가 1백80도 변했다. 혁신추진위 시절에는 업계 등의 이익단체 외에 참여연대 등 각종 시민단체 인사들과 학자, 공무원 등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참여연대 출신인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가 국세청장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민단체와 학자,공무원들이 전원 제외됐다. 공동위원장을 중소기업협동조합회 김용구 회장이 맡은 것을 비롯 전경련,대한상공회의소,벤처기업협회,외국기업협회,변호사협회 등 각종 협회와 이익단체 대표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오대식 정책홍보관리관은 "공무원끼리 하는 개혁은 의미가 없다. 구호성 혁신이 아니라 바닥에서 납세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용적 개혁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세금을 실제로 내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 세정에 반영한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과거 이 청장 시절과의 '개혁 차별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내용면에서도 판이하다. 이용섭 청장시절 혁신추진위의 굵직한 이슈는 접대비 실명제,고액 세금 체납자 명단공개,조사 시스템 개편,고액 현금거래자 국세청 통보 등이었다. '조세정의'와 관련된 내용이 주류를 이뤄 시민단체들의 의견이 그만큼 많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열린세정추진협의회가 제시한 세정개혁 과제는 뉘앙스가 사뭇 다르다. 우선 과세전 적부심 청구대상자 확대가 눈에 띈다. 과거에는 세무조사를 받았을 경우에만 적부심 청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사람도 적부심 청구를 할 수 있게 했다. 국세청이 소득탈루 등을 포착하면 곧장 세금을 확정,고지하지 않고 과세자료를 통보한 뒤 사전에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했다. 이와 함께 연말정산시 제출서류를 간소화하고 납세자들이 스스로 낸 세금을 인터넷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통합세무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납세자보호 전화(1577-0070)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런 국세청의 변화가 진짜 실용적 개혁을 하려는 것인지,아니면 외부(재정경제부) 출신인 전임 이용섭 청장의 노선으로부터의 '홀로서기'를 강조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게 국세청 주변의 반응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