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갈수록 확산돼 고객이 맡긴 돈을 금융사 직원 등이 횡령하거나 유용한 사고가 작년 한해 동안 하루에 1.5건(영업일수 기준으로는 2건) 꼴로 터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내부 직원이 고객 정보를 이용해 돈을 빼돌리는 금융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금융사 정보 관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의 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21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5백64건으로 전년의 5백16건에 비해 9.3% 증가했다. 사고 건수로만 단순 계산하면 이틀에 평균 3건씩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금융회사 사고는 지난 2001년 4백5건에서 2002년 3백83건으로 한때 줄었으나 이후 급증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사고 금액은 지난해 총 3천1백16억원으로 전년의 1천7백79억원에 비해 무려 75%나 늘었다. 그만큼 건당 사고금액이 커졌다는 얘기다. 이 같은 금융사고는 대부분 금융회사 직원의 소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상반기에 발생한 금융사고 중 92%에 달하는 2백71건이 내부 직원이 고객 돈을 빼돌린 경우이고,나머지 23건만이 외부인에 의한 사고였다. 금융회사별로는 지난해 △하나은행에서 40건,1백70억원의 사고가 발생해 가장 많았고 다음은 △농협 37건,75억원 △국민은행 29건,2백3억원 △조흥은행 27건,27억원 등이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합병과 구조조정이 급속히 이뤄지면서 금융회사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로 인한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며 "금융사 직원들의 고객 돈 횡령은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대담해져 대형 사고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서도 농협 간부가 거래전표 조작 등의 방법으로 무려 66조원의 예금을 빼돌리려다 경찰에 적발되고,조흥은행 직원이 4백억원의 고객 돈을 횡령한 사고 등이 잇따라 터졌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금융사 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통제와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여기에 내부 직원이 고객정보에 임의로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금융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