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오늘날 성공한 것은 무엇보다 기업을 일구고 경제의 기틀을 닦은 왕성한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SK 부당 내부거래 및 분식회계 사건 항소심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기업보국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혀 법정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는 "지난 64년간의 삶을 살아오면서 해방 전후의 혼란과 6·25동란,4·19,70년대의 고속 성장,IMF 외환위기 등 역사의 현장을 직접 겪었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 보국이란 이념으로 기업이 잘돼야 국가 경제가 발전하고 이를 통해 국민이 잘살 수 있다는 경영철학을 몸소 실천해 왔다"고 말했다. 손 전 회장은 "SK 역사 50여년 중 40년을 함께 해오면서 많은 공과 허물을 보아왔으며 역사를 같이해 온 내가 허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주문한 대로 해온 최태원 SK㈜ 회장이나 다른 피고인들에겐 경영 현장으로 돌아가서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호소하며 잠시 감정에 북받쳐 말을 멈추기도 했다. 손 전 회장은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경제체제 속에서 우리가 중심이 되려면 기업가 정신이 왕성한 사람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