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하락 다시 시동 걸리나 .. 美경제 소프트패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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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화가 다시 주요국 통화에 대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약(弱)달러'로 유턴하고 있다.
미 달러화 환율은 최근 4일간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각각 2%와 1% 이상 내려 달러화가 장기적인 하락추세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가 '소프트 패치'(일시적 경기 둔화)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높아지는 추세여서 '약 달러'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달러 급락
올들어 강세를 보였던 미 달러 가격은 지난주말부터 급격히 꺾이기 시작,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원70전 하락한 1천6원20전에 마감됐다. 최근 나흘동안 16원30전이나 떨어졌다.
달러는 2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해 한때 한달새 최저치까지 하락하는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로 당 1.3086에 마감,4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14일 유로 당 1.2812달러에 비해 2.2% 내린 것이다.
특히 달러는 한때 유로 당 1.3105달러까지 하락,지난 3월2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나타내 20일 달러 당 1백6.89엔에 거래를 마감해 4일 전인 지난 14일에 비해 1.2% 떨어졌다. 달러는 이날 한때 1백6.61엔까지 하락,지난 3월2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가세
달러화 시세는 미국의 3월 중 소매판매 통계가 발표된 지난 13일을 분기점으로 하락세로 반전됐다. 미국 국내총생산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소매판매 증가율이 당초 예상치인 0.8%에 훨씬 못미치는 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자 3월 중 고용동향이 부진했던 것까지 합쳐져 달러화를 밀어내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같은날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3.6%로 지난해 4.3%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미국 경제가 소프트패치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며 달러화 하락을 가속화시켰다.
3월 소비자물가가 0.6% 올랐다는 소식도 달러에 악재로 작용했다. 달러화는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금리인상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으로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6개월만에 최저치로 급락하고 국채가격도 덩달아 오르자 곧바로 하락세로 반전했다. 씨티뱅크의 이코노미스트 마빈 바스는 "일반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는 달러가치를 끌어올리지만 이날 시장은 저성장·고물가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압도됐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침체되면 금리 인상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러 약세 지속될까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한 만큼 환율이 추가로 대폭 떨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환율 급락을 예상해 보유 달러를 털어내려는 손절매성 매물이 기업에서 나오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엔화 환율이 하락(엔 강세·달러 약세)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조금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반면 달러강세를 내다보는 견해도 있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젠은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그나마 금리를 인상할 여력이 있는 곳은 FRB 정도"라며 "타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로 적어도 올해 중에는 달러강세가 주된 추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태·현승윤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