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이 넘으면 어느 날 갑자기 "어어, 내가 왜 이러지" 싶어질 때가 있다. 눈이 침침하고 눈물이 잦다 싶으면 건네받은 명함의 글씨가 또렷하지 않고 신문과 책 읽기도 전 같지 않다. 처음엔 눈병이 났나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원시,곧 노안(老眼)이 다가온 데 따른 현상이다. 20~30대 성인 남녀 2만1천여명에게 나이를 느끼게 하는 외모에 대해 물었더니 돋보기,주름살,흰머리나 대머리라고 답했다고 한다. 노안은 겉으로 봐선 표시나지 않는 데다 처음에만 당황스럽지 곧 받아들이게 되고 안경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흰머리는 눈에 띌 뿐만 아니라 그대로 두면 계속 늘어난다. 백발이 연륜과 경험의 표상으로 여겨져도 기왕이면 하얗게 센 머리보다 젊어 보이는 검은 머리를 원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백발이 늙고 낡음의 대명사로 치부됨에랴. 결국 흰 쪽이 검은 쪽보다 많아지면 도리없이 염색을 한다. 멋이 아니라 직장에서의 생존과 연결된 문제일 수도 있는 까닭이다. 염색은 일단 시작하면 계속해야 하고,그러다 보면 눈도 아프고 머리도 지끈거리니 가능한 한 미뤄야 한다던 게 괜한 얘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고려대 최재욱ㆍ서경대 조진아 교수팀의 조사 결과 합성 염색약보다 좋다던 식물성 염색약(헤나 성분제)에 엄청난 망간이 들어 있고, 미용사와 소비자 상당수가 소화불량 두통 두피손상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보고다. 망간은 두통 근육통 경련 정신착란을 일으킬 수 있고,염모제에 포함된 다른 화학성분도 두피를 통해 체내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부작용을 피하자면 꼭 필요한 경우 외엔 염색하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국내엔 부득이한 경우 외에도 미용을 위해 수시로 머리 색깔을 바꾸는 게 유행이다. 그 결과 염색약 시장 규모는 재작년 기준 1천3백억원 이상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연구와 관리,규제는 미흡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염색을 피하자면 평소 해조류와 칼슘을 많이 먹고,도리없이 하더라도 파마한 뒤엔 열흘,한번 염색한 뒤엔 최소 두 달 동안 염색하지 말고,두피에 닿지 않도록 하며,열기구도 쓰지 말라는 조언을 명심해야 할 듯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