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은 10대 연기자로는 유일하게 단독 주연을 맡을 수 있는 스타다.


그녀의 앳된 용모와 귀여운 행동에 관객들은 매료되고 잃어버린 순수를 떠올린다. 박영훈 감독의 '댄서의 순정'은 문근영의 이런 장점을 살린 로맨틱 코미디다. '어린 신부'에서 문근영이 소녀의 감수성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 작품은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춤꾼이 몰락하는 스토리를 다뤘던 춤영화 '바람의 전설'과 달리 성공 드라마가 유머로 포장돼 있다.


영화는 조선족 처녀 장채린(문근영)이 한국에서 시련을 딛고 댄스경연대회에서 우승하고 사랑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보잘 것 없는 주인공이 우연히 모험에 뛰어들어 큰 일을 해내거나 사랑을 쟁취하는 구성은 신화적 서사 양식과 같다.


신화적 이야기 틀을 도입했던 팬터지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들처럼 장채린은 한국에서 고아나 다름없다. 성공을 꿈꾸던 장채린은 부와 명예를 상징하는 유명 댄서 정현수(윤찬) 대신 순정을 상징하는 춤선생 나영새(박건형)를 선택할 것이 암시된다. '아즈바이'(아저씨)라는 옌볜 사투리가 거듭 나오고 옌볜에서 가져온 반디불이 등이 복선으로 작용한다.


정현수의 주변 공간은 화려하지만 정감이 없으나,나영새가 춤추는 공간들은 비좁고 누추하지만 따스하다.


이 영화에서 중심을 이루는 춤은 서로의 몸을 밀착시켜 추는 라틴댄스다. 카메라는 삼바는 격정적으로,룸바는 보다 정적으로 포착한다. 장채린의 그랑알레그로(발레 동작의 공중회전과 퀵스텝을 적용시킨 최고의 기술) 동작은 일종의 눈속임이라 할 수 있는 편집으로 처리돼 다소 어색하지만 찬탄과 놀라움의 정서를 무난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러나 장채린의 상대 나영새 역을 맡은 뮤지컬배우 박건형의 뛰어난 춤솜씨를 배제한 것은 아쉽다. 두 사람이 상상으로 추는 댄스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이 아니라 중간에 삽입됐더라면 보는 즐거움이 커졌을 것이다. 이런 약점은 재치있는 유머로 보완된다.


나영새의 오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것으로 장채린의 성적 불안감을 묘사하거나 나영새와 장채린이 가짜 부부임을 밝히려는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의 행동은 거의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깝다.


28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