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뉴스추적'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 의혹을 19일 보도하자 공직자 사생활 보도의 한계나 방송의 선정주의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생활이라고 해도 그 대상이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도 대상이 된다고 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만 얼마나 공정했는지, 사실에 접근했는지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형상 변호사도 "사생활 문제이기는 하지만 국가정보원이 개입한 의혹까지 있기 때문에 방송으로서는 충분히 다뤄볼 만한 소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대방의 반론을 듣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흔적이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만일 법정에서 공방을 벌인다면 취재기자가 사실로 믿을 만큼 충분한 확인취재를 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적인 논란을 떠나 네티즌 사이에서는 SBS가 시청률을 의식해 정치인의 사생활 문제를 다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SBS도 이를 의식한 듯 당일 방송에서 김명진 기자가 "사생활이라는 점 때문에 고민했지만 국가권력기관이 개입된 사건이어서 보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강만석 책임연구원은 "정계에서 은퇴한 전직 대통령의 사생활을 추적 보도하는 의도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법률 위반이라면 몰라도 방송이 시청률을 의식해 정치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하려는 태도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SBS 보도는 지난 2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한 호텔 객실에서 40대 여성과 함께 머물고 있는 장면을 YTN이 보도한 사례와 함께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성 문제와 관련된 정치인의 사생활 보도가 점차 확대되는 징후로 풀이되기도 한다. 장호순 교수는 "공권력에 대한 감시 영역이 분야별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첫째는 권력 남용, 둘째는 부당한 부의 축적, 셋째는 이성 문제와 관련된 사생활"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는 너그럽던 언론이 88년에 와서야 대통령 후보 게리 하트의 여성 편력을 문제삼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등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데 이어 사생활 추적 보도도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사생활 보도에 대한 태도는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스캔들을 자세히 보도한 미국 언론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주간지 파리마치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숨겨놓은 딸을 공개하자 나머지 언론들이 "프랑스 언론의 관례를 깼다"며 집중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