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의미있는 한시간‥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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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칠두 <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cdkim@e-cluster.net >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여러가지 느끼는 게 많다. 그 가운데 시차(時差)는 시간에 대한 개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다.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인가.
현대인들이 '시간은 돈'이라며 쫓기다시피 살다보면 시간은 변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시간이란 것은 얼마든지 관리 이용이 가능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머타임제'다.
이 제도는 무더운 여름철에 시계 바늘을 한 시간 앞당긴 것이다.
시원한 아침에 집에서 꾸물거리지 말고 하루 일과를 빨리 시작하고 빨리 끝내자는 것이다.
아침 일찍 해가 뜨는 여름에는 기상 시간이 늦어져 그만큼 햇빛을 낭비하는 꼴이기에 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 Time)라고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한국과 일본,그리고 백야현상이 일어나는 아이슬란드 3개국만이 실시하지 않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합리성을 중시하는 서구사회에서 정착된 서머타임제가 아시아권,특히 막강한 경제력을 지닌 동북아 3개국(한·중·일)에서는 실시되지 않아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혹자는 중국 대륙 내에서의 실질적인 시차가 3시간이나 나는 데도 진시황 이후 지금과 같은 규모로 통일한 적이 없었기에 대륙 통합이란 정치적 의미에서 단일 시간대를 적용시켰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자칭 '태양의 나라'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정서적 부담감도 작용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림픽 개최 전후를 포함해 두 차례 정도 시도했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그만둬 왠지 막연한 것 같다.
우리가 하루 24시간을 늘릴 수는 없지만 관리할 수는 있다.
한 시간 앞당긴 만큼 저녁 때 활용하면 에너지 절약이나 경기부양 등 경제적 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시간 자체도 주어진 게 아니라 합리적 제도를 통해 관리가 가능한 일종의 '의미있는 자원'이란 관념을 갖는다.
최근 서머타임 부활 논의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됨에 따라 미국 의회가 서머타임 기간을 두 달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일본 의회에 이어 우리 국회에서도 법안 제출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여러가지 불편도 있지만 개인이나 조직 나아가 국가의 활력을 높여주며,시간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의미있는 한 시간'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