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대륙의 고대문화는?'이라고 물으면 대부분 "마야,잉카,아즈텍"이라고 대답한다. 학교에서,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운 탓이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고대마야를 전공해 메소아메리카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희대 스페인어학과 송영복 교수는 이런 답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마야,잉카,아즈텍은 16세기 에스파니아가 아메리카대륙을 침략할 당시에 존재했던 일부 중요 문화의 이름에 불과하다는 것. 남미에는 안데스산맥을 중심으로 발달한 안데스문화가,중미와 북미에는 메소아메리카문화가 있었으며 마야문명은 후자에 속하는 문명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송 교수가 쓴 '마야'(상지사)는 유럽이 아메리카대륙을 정복하기 이전의 마야문화와 역사를 다룬 대중적 학술서. 외국학술서의 번역본만 즐비한 현실에서 보기 드문 국내 저작이다. 마야문명의 문명사적 위치와 기원,마야 역사의 시대구분에서 마야의 정치.경제.사회구조와 의식주 생활,종교와 과학,마야문자와 달력,예술과 건축,도시문명,유럽의 침략에 맞선 2백년 항전에 이르기까지 마야문명 전반을 방대한 연구성과와 자료 등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다. 멕시코 유학 중이던 지난 91년부터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벨리스 엘살바도르 등 마야루트 지역을 여행한 것을 비롯 수십 차례의 현장답사와 발굴작업 참여 등을 통한 온축(蘊蓄)이 책에 담겼다. 직접 찍은 3천여장의 사진과 방대한 참고문헌 목록,꼼꼼한 색인,사료비판 등이 돋보인다. 저자는 특히 "마야문명사를 우리 시각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서구적 시각의 역사해석을 경계한다. '신대륙 발견'이 아니라 '유럽의 침략'이며 '콜럼버스'와 '아즈테카'는 '꼴론''메시까'로 고쳐써야 옳다고 지적한다. 3백36쪽,6만8천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