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의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 백악관의 입김이 점점 더 강해져 주무부처인 재무부는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FT는 미국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부시 행정부가 최근 갑자기 중국 위안화 절상 공세를 강화한 뒤에는 백악관의 정치적 결정이 있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백악관 내 참모그룹으로 딕 체니 부통령,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조슈아 볼튼 예산관리국장,칼 로브 정치담당고문 등을 들었다. 이들은 "재무부가 취해온 '점잖은' 대중국 외교정책으로는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의회와 재계의 불만을 의식,미온적인 재무부를 뒤로 밀어내고 강경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미국에서는 지난 2002년 당시 재무장관이던 폴 오닐이 백악관과 소위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쫓겨나면서부터 경제정책 결정에서 백악관의 역할이 점차 증대돼 왔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재무부의 관할인 환율문제에까지 백악관이 직접 나서는 것은 부시 2기 행정부가 백악관에서 경제정책도 좌지우지하겠다는 분명한 사인이라고 FT는 해석했다. 백악관 참모진들은 특히 '경제 대통령'이라고까지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충고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보장 개혁문제처럼 그린스펀 의장의 견해가 부시 대통령의 정책방향과 일치하는 경우는 그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재정적자 문제처럼 차이를 보일 경우에는 그린스펀 의장의 조언에 귀를 막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백악관 참모진의 전횡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백악관 참모진들은 경제학자도 아닌 데다 시장경험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은 자동차업계 로비스트 출신인 데다 일본이 미국에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던 지난 1980년대 말 일본에 대해 공개적인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창하던 대표적 인물이다. 카드의 예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경제정책 결정이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