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채의 이자부문을 떼어낸 스트립 국채와 15~20년짜리 초장기 물가연동 국채를 발행하기로 한 것은 국채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종목을 보다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채는 현재 3년, 5년, 10년물 세 종류에 불과해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를 짜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MMF(초단기수익증권) 등 단기성 자금을 조달해 국채에 투자해 온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은 만기 불일치 문제가 심각해 시장에 적극 참여하지 못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스트립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물론 최장 50년짜리 국채까지 발행하는 등 다양한 만기구조를 통해 시중 여유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개인 대상 국채상품 나올 듯 국채 스트립제도가 내년에 도입되면 6개월짜리 초단기 국채가 새로 발행되는 효과가 생긴다. 예를 들어 3년만기 국채 1조원어치가 연 5.0%의 이자율로 발행되면 원금채와 2백50억원짜리 이자표시 국채 6개가 함께 나오게 된다. 이자표시 국채의 만기는 6개월∼3년이다. 현재는 3년물,5년물,10년물 등의 국채가 전부다. 우리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만기 6개월짜리 이자표시 국채를 인수하게 되면 6개월 뒤 정부로부터 이자를 확정 수령하게 되므로 이를 기초로 초단기 예금 등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은 MMF 판매를 늘릴 수 있게 된다. 현재는 MMF로 들어온 단기자금과 비교적 장기인 국채의 만기가 서로 달라 MMF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증권사 등은 단기국채 전용 MMF를 설정하는 등 상품 설계를 검토 중이다. ○보험사 연기금 포트폴리오에도 도움 정부가 내년부터 15년 또는 20년짜리 국채를 시장에 내놓게 되면 보험사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자산 운용이 쉬워지게 된다. 현재 국내에선 10년물 국채가 최장기 투자 대상이다. 이로 인해 보험사 국민연금 등은 만기가 10년이 넘는 미국이나 유럽 각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 등으로 눈을 돌려왔다. 다만 최장 20년짜리 국채를 매입하게 될 경우 금리변동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금리변동 위험을 회피하려면 선물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야 하는데 현재 그 시장은 개설조차 안돼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국채선물시장 들어올까 정부는 채권시장 전체로 0.8%,국채시장에선 0.5%에 불과한 외국인의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우선 미국 기관투자가가 국내 국채선물시장에 본격 참여할 수 있도록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에 한국 국채선물시장 투자 허용을 올 상반기 중 요청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 기관투자가는 한국 국채선물에 직접 투자할 수 없게 돼 있어 역외펀드로만 일부 국채선물시장에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국내 채권시장,특히 국채시장의 규모가 2백조원도 안되는 상황이어서 국채 발행을 늘려 유동성을 높여야만 외국인이 참여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준동.안재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