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비씨카드 마일리지 계약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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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카드 회원에게 제공되는 마일리지 서비스의 재계약을 두고 대한항공이 비씨카드 및 비씨카드 회원은행들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측은 앞으로 비씨카드가 아닌 개별은행들과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씨카드 회원은행들은 앞으로도 계약을 비씨카드에 위임한다는 뜻을 22일 대한항공측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양측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존 계약이 끝나는 5월 말 이후부터는 60만여명에 달하는 비씨스카이패스 회원들이 마일리지 적립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대한항공·비씨간 줄다리기
대한항공은 5월31일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비씨 LG 삼성 등 카드사 6곳에 지난 2월3일 “재계약 여부를 2월23일까지 알려달라”고 통보했다.이에 비씨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시한내에 재계약 의사를 밝혔다.
반면 비씨는 내부 의사 결정이 늦어져 시한 내에 재계약 의사를 전달하지 못했다.
시한 이틀 뒤인 2월25일 대한항공은 비씨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비씨측은 뒤늦게 3월28일 신규계약 의사를 대한항공에 전달했으나 대한항공측은 “신규계약은 비씨의 11개 회원은행과 개별적으로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대한항공은 4월8일 11개 은행에 “개별 계약 의사를 4월22일까지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각 은행들은 22일 “마일리지 서비스 제휴계약은 비씨카드에 위임한다”는 입장을 대한항공에 전했다.
대한항공측의 개별계약 제의를 거부한 것이다.
◆줄다리기의 목적은 단가 조정
카드사들은 회원들의 이용액에 따라 적립되는 마일리지를 매달 항공사로부터 사들인다.
회원들이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 한참 뒤이므로 항공사로서는 일종의 선수금을 받고 마일리지를 판매하는 셈이다.
계약기간은 통상 1∼2년이며,비씨의 경우 마일리지 구입비용으로 지난 한해 3백32억원을 사용했다.
계약을 갱신할 때 마다 마일리지 구입단가를 놓고 카드사와 항공사간에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은행들은 대한항공측이 이번에 개별협상을 요구하는 배경도 은행간 경쟁을 붙여 단가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단가가 인상되면 카드사들이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마일리지 기준도 높이게 된다는 점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작년 6월에 이뤄진 대한항공과 카드사간 계약 갱신 때는 대한항공의 요구에 따라 마일리지 구입단가가 종전보다 40∼50% 인상됐다”며 “이에 따라 각 카드사들의 마일리지 제공 기준도 종전의 카드이용액 1천원당 1마일리지에서 1천5백원당 1마일리지로 상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고객 피해
대한항공과 비씨카드 및 회원은행간의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 당장 마일리지서비스 전문카드인 비씨스카이패스 회원들이 피해를 입는다.
60만명에 달하는 이들 회원은 6월1일부터 마일리지 적립을 받지 못하게 된다.
다만 기존에 적립된 마일리지를 사용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한편 이번 분쟁과 관련,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회원이 적립된 항공 마일리지를 실제 이용하는 비율은 약 20%에 불과하므로 현재의 마일리지 단가도 과다한 측면이 있다”며 “항공사들이 사실상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