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테헤란로 소재 벤처회사에 다니는 박성일씨(30)는 사무실에서 전화를 거의 쓰지 않는다. 하루종일 켜 놓는 메신저 덕분이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거래처 사람들과도 메신저로 연결돼 언제라도 대화할 수 있다. 사무실 밖에서는 모바일메신저를 사용한다. 메신저가‘커뮤니케이션 게이트웨이’(관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메신저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정보도 주고받을 수 있다. 메신저는 지금 e메일은 물론 유선전화와 휴대폰 통화까지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메신저 하나면 검색 e메일 게임 등 포털의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메신저는 컴퓨터를 켜면 자동으로 로그인돼 따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할 필요가 없다. 전화번호를 일일이 누를 필요도 없고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판이나 키패드만 꾹꾹 누르면 된다. 메신저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사무실도 지하철도 조용해졌다. 통신비도 절감된다. 박씨의 경우 월평균 5만∼6만원이던 휴대폰 요금이 모바일메신저를 쓰기 시작하면서 2만원대로 떨어졌다. MSN메신저나 네이트온의 경우 한달에 3천원 내지 3천5백원만 내면 모바일메신저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젊은이들에겐 '메신저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도 없게 됐다. 네이트온 MSN 버디버디 세이클럽 다음 등 5대 메신저의 사용자수 합계는 2천2백만명이 넘는다. 여기에 야후 드림위즈 다모임을 비롯해 각 증권사 메신저 서비스까지 더하면 3천만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대,30대 젊은이들은 대부분 메신저를 한두개씩 쓰고 있다. 포털 업계는 지금'메신저 전쟁 중'이다. MSN메신저가 독주해온 시장에 네이트온이 등장,선두를 빼앗으면서 경쟁은 치열해졌다. 네이버는 최근 '검색 메신저'를 내놓고 시험 서비스에 들어갔다. 네이버의 강점인 '검색'을 앞세운 서비스다.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다모임과 버디버디 역시 메신저에 아기자기하고 깜찍한 기능을 추가,주 사용층을 공략하기 위한 차별화에 시동을 걸었다. '터치'란 이름의 메신저를 갖고 있던 다음은 인터넷전화 기능을 추가한 '스카이프메신저'를 지난달 새로 출시했다. 드림위즈는 친구를 최대 2천명까지 등록할 수 있도록 '지니메신저'의 기능을 강화했다. 학생들이 한꺼번에 많은 친구들을 등록해 놓고 대화한다는 점을 노려 '친구 등록에선 지니메신저가 최고'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메신저는 e메일과 전화의 기능을 일부 대체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메신저에서 앞서지 않으면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네티즌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포털 네이버가 지난달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메신저 이용도와 애용도를 조사한 결과 이용도에서는 MSN메신저가 1위를 달리고 네이트온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