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가치 업그레이드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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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서 ‘기업보유 자사주=잠재매물’이라는 등식은 이제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자사주 소각을 쉽게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자사주 매입 목적이 소각이라고 신고해야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어떤 목적으로 샀던 자사주도 소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감독당국의 구상이다.
또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바꿀 때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보유 중인 자사주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한마디로 주가안정을 위해 사들인 자사주가 물량부담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부메랑효과’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자사주 부메랑은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2일 "그동안 기업들이 자사주 활용 범위를 확대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며 "기업의 각종 상장 유지 부담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이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도 이와 관련,증권거래법 및 시행령 개정을 재정경제부와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규에선 자사주는 당초 소각 목적으로 취득했을 때만 소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당초 주가 안정 목적 등으로 사들인 자사주에 대해서는 규정상 소각도 못하고,주가 하락 부담 때문에 시장에 매각하지도 못해 어쩔 수 없이 떠안아 왔다. 실제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자사주 보유금액은 지난 2001년 말 8조2천억원에서 지난해 5월에는 19조1천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KT와 S-Oil의 자사주 보유물량이 전체 발행주식의 26~28%에 달하는 것을 비롯 삼성전자 포스코 국민은행 SK텔레콤 등 주요 대기업도 이 비중이 7~10%대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팔고 싶어도 주가가 하락할까봐 못 파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식가치 업그레이드
증권업계에선 이 같은 이유로 금감원 방침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영태 상장사협의회 전무는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던 자사주를 손쉽게 소각할 수 있게 되면 기업들로선 자사주를 팔기 위해 애쓰거나 자사주 소각을 위해 별도로 거액을 들여 자사주를 살 필요가 없게 돼 유리하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또 "CB 전환물량을 기존 자사주로 지급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신주 발행물량이 줄어들어 주식발행 비용은 줄고 주당순이익(EPS)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도 "국내 기업 중 상당수가 대주주 지분이 적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며 "관련 법규가 바뀌더라도 대주주 지분이 적은 기업은 자사주를 그대로 보유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