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기업보유 자사주=잠재매물’이란 등식이 이제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자사주 소각을 쉽게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사주 소각은 사들일 때부터 ‘소각을 위한 것’이라고 밝혀야만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어떤 이유로 샀든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게 한다는게 감독당국의 구상이다. 또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바꿀 때 신주를 발행하는 대신 보유중인 자사주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 되면 주가 안정을 위해 사들인 자사주가 나중엔 물량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메랑 효과’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자사주 부메랑은 안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2일 "그동안 기업들이 자사주 활용 범위를 확대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며 "기업의 자사주 보유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이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도 이와 관련,증권거래법 및 시행령 개정을 재정경제부와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기업들은 당초 주가 안정 목적 등으로 사들인 자사주에 대해서는 규정상 소각도 못하고,주가 하락 부담 때문에 시장에 매각하지도 못해 어쩔 수 없이 떠안아 왔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자사주 보유금액은 지난 2001년 말 8조2천억원에서 지난해 5월에는 19조1천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팔고 싶어도 주가가 하락할까봐 못 파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식가치 업그레이드 하지만 자사주 소각이 쉬워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S-Oil의 경우 작년 말 전체 1억1천6백60만주의 발행주식 가운데 27.4%인 3천2백16만주를 자사주로 갖고 있다. 이 물량이 전부 소각된다고 가정하면 S-Oil의 EPS(주당순이익)는 8천70원에서 1만1천1백45원으로 급증한다. KT는 전체 발행주식의 26.0%인 7천4백9만주를 갖고 있고,삼성전자 포스코 국민은행 SK텔레콤 하나은행 등도 자사주 보유 비중이 전체 발행주식의 6~10%대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그만큼 주당순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또 이만큼의 잠재매물이 없어져 투자심리를 호전시키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자사주 소각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데다 기업들도 주주 중시 차원에서 이를 적극 고려하는 추세"라며 "보유 자사주를 곧바로 소각할 수 있게 되면 증시에 대형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는 평가다. 정영태 상장사협의회 전무는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위해 별도로 거액을 들여 자사주를 살 이유가 없어지는 만큼 유보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