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네거리에 자리잡은 삼성 에프엔아너스(Fn Honors) 청담점의 최문희 차장(38)은 ‘걸어다니는 점포’로 불린다. 그가 관리하는 고객 자산은 무려 3천2백억원. 웬만한 증권사 지점 하나 규모다. 이가운데 법인이 맡긴 자금은 1백20억원 정도인 반면 나머지 3천80억원은 개인들이 맡긴 돈이다. 그는 삼성증권에서 3명밖에 없는 ‘마스터 프라이빗뱅커(PB)’중 한 사람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프라이빗 뱅킹에 '올인'하겠다며 이 서비스를 전 지점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전 영업직원들을 주니어 프레스티지 시니어 마스터 등 네 등급으로 분류했다. 마스터PB는 이 가운데 최고 등급으로,관리하는 고객 돈이 1천억원 이상이고 1억원 이상 위탁 고객이 50명 이상인 최우수 영업직원에게 부여된다. 최 차장은 PB라는 용어조차 낯설던 96년부터 이 분야에 몸담아온 'PB 1세대'로 꼽힌다. 2000년 4월 삼성증권 1호 VIP전용센터인 에프엔아너스 청담점으로 오기 전 나라종합금융(옛 동아투자금융)에서 '부자고객'들을 상대하는 VIP전용센터 팀장으로 경력을 쌓았다. 현 고객 중에도 그때부터 1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온 이들이 상당수 있다. 그는 PB로서의 성공비결을 묻자 "자산관리 영업은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쌓아지는 신뢰가 필수"라며 "상황이 어려울수록 고객과 함께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 직장에서 IMF사태로 예금출금이 정지되고 회사파산으로 이자를 못주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창구를 지킨 것은 'PB에겐 신뢰가 생명'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PB로서 늘 부자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돈 많은 사람들의 재테크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을까. 부자들은 과연 어떻게 돈을 굴리는지 물어 보았다. "보통 PB를 찾는 돈 많고 나이 드신 분들은 원금 보전에 신경을 쓰는 보수적 투자자로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투자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좇아갑니다." 1999년 이후 벤처 부동산 주식시장으로 자금의 흐름이 이어졌는데,부자들은 이런 추세를 따라가며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최 차장은 "고객 개개인의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자금 흐름의 맥을 짚어주는 것이 바로 PB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요즘 그가 추천하는 상품은 무엇일까. 역시나 간접투자상품인 '펀드'였다. 그는 특히 주식연계증권(ELS) 상품과 실물펀드인 선박펀드를 추천했다. 특히 "선박펀드는 2008년까지 1인당 액면가 3억원까지 비과세인 데다 연 5% 이상의 배당을 받을 수 있어 최근 가장 인기있는 상품으로 뜨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는 어떻게 재테크를 할까 궁금했다. "아직 종잣돈을 만드는 단계이기 때문에 급여의 일정액을 주식형 적립상품에 넣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는 카드사 전환사채를 매수해 적지않은 수익을 얻고 있죠." 최 차장은 "자산관리 측면에서 여러 금융기관들의 고수익 상품을 좇아 이동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포트폴리오 구성에 좀더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