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세계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라별 국제수지 불균형 심화에 따른 각국간 마찰이 증대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다. 현 시점에서 재정수지 적자보다 우려되는 것이 경상수지 적자다. 미국의 경상수지는 플라자 합의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1991년에는 소폭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1992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6천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역사상 사상최대다. 재정수지도 클린턴 행정부의 노력으로 1998∼2001 회계년도 기간중에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2002 회계연도부터 적자로 반전됐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올 회계연도에 재정수지 적자는 4천5백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4%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원천적으로 국내저축이 국내투자를 하회함에 따라 마이너스 저축-투자 갭이 발생한데 기인한다.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2001년 이후 2%대의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민간투자는 정보기술(IT)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큰폭 증가했다. 마이너스 저축-투자 갭이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인인 점을 감안하면 적자폭이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수지 적자도 미국경기가 회복국면속에 기록하고 있는 것이어서 앞으로 연방 복지프로그램 축소 등의 획기적인 개선책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축소되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쌍둥이 적자의 영향은 1980년대 전반과 다르다는 평가다. 당시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정책조합의 산물이었다. 이른바 경상수지 적자가 재정수지 적자에 기인한다는 '쌍둥이 적자론(twin deficit hypothesis, 재정적자→국채발행→금리상승→달러가치 상승→경상적자)'이다. 반면 이번에 쌍둥이 적자는 미국 자체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미국경제 고성장에 따른 세계 수입창고 역할과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 과정에서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한데 따른 근린궁핍화 성격이 짙다. 따라서 1980년대 쌍둥이 적자는 자충수에 빠진 미국이 달러약세 유도라는 플라자 합의를 수용해 개선했지만,이번에는 선진국간의 합의보다는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전 경제각료가 나서 해결해 나가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세계무역 질서에서는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탈미(脫美) 조짐이 갈수록 눈에 띤다. 그만큼 미국의 통상압력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팍스 아메리카나와 팍스 시니카의 주도권 싸움으로 보고 있어 단시일내에 해결될 가능성도 적은 상태다. 국제통화 질서에서는 이머징 마켓국들의 '주권찾기 움직임(national boycott)'이 뚜렷하다. 중남미 국가들의 미국 금융지원 반대,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계 투기자본에 대한 대응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국제상품 질서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지배하던 구조는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또 미국 주도의 세계무역기구(WTO),국제통화기금(IMF)의 기능이 약화되기 시작한지도 오래됐다. 결국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돼 왔던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기까지는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과도기적인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는 이런 질서변화를 예의 주시해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놓을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