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노조가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분열되면서 임단협을 코 앞에 둔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금융 노조의 양분사태가 계속될 경우 올해 단체협상은 산별 공동 임단협이 아닌 단위 사업장별 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달 초 열리는 임단협 이전에 양 조직이 갈등을 봉합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분된 금융 노조 금융계 노조가 전국금융산업노조(금노) 파와 금융산업노조발전협의회(금발협) 파로 분열된 것은 지난 1월 치러진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의 후유증이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가 수기투표로 바뀌는 등의 혼란 끝에 김기준 현 위원장이 50%의 표를 얻어 근소한 차이로 양 전 직무대행을 눌렀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선거과정의 투명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갈등을 빚어 왔다. 이후 집행부 조직 구성과 활동 방향 등을 놓고 양측간 대립은 계속됐다. 지난 3월24일 열린 위원장 이취임식에는 반대파가 불참, 전체 대의원 2백90명 가운데 1백66명만 참석한 채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결국 반대파는 현 집행부에 반기를 들고 이 달 초 13개 지부를 회원으로 금발협을 공식 출범시켰다. 금노 관계자는 "금발협은 일부 단위노조들의 단순 협의체이자 친목단체"라며 "금발협 때문에 금융 노조 조직이 둘로 나뉜 것은 아니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사실상 금융 노조 조직이 양분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금융계 평가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발협이 금노에 맞서 사실상 따로 살림을 차린 것"이라며 "양분 사태가 계속되면 코 앞에 다가온 임단협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단협 앞두고 금융계 혼란 노조가 두 편으로 나뉘면서 당장 내달 시작되는 임단협을 앞두고 산별노조의 공동 임단협안을 마련하는데 진통이 예상된다. 금노는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여주 한국노총교육원에서 간부들이 모여 '임단협연구분과 전체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어 26일부터는 경기도 포천의 산정호수 한화콘도에서 임단협 요구안을 마련하기 위한 '임단협 대표자 워크숍'을 열 예정이다. 금발협 측은 이에 대해 금노의 방안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올해 산별공동 임단협을 하지 않고 소속 사업장별로 임단협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임단협을 앞두고 임금인상은 물론 최근 은행들이 추진하는 성과주의 인수제도와 비정규직 문제 등 쟁점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노조가 두 편으로 나눠지면서 노조 내부에서 공동 임단협안을 마련하는데 진통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금노가 양병민 전 위원장을 금노 지도위원장으로 위촉키로 하는 등 갈등 봉합을 위한 물밑 노력을 벌이고 있으나 임단협 이전에 조직이 일원화될지는 미지수다. 사측도 양 진영의 세력이 팽팽한 탓에 어느 누구와도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한 채 상황만을 주시하고 있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노조의 한 지붕 두 가족 상태가 계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단위 사업장별 교섭을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연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