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 해결사 "나요 나" .. 베트남 유전 큰손 김성훈씨 등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마르완(Marwan),이런 프로젝트가 있는데 한번 검토해 볼래요?"
유명재 LG상사 두바이 지사장(상무)은 중동 각국의 최고위층으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종종 받는다. 대부분 20년 이상 친분을 맺어온 실력자들이다.
유 상무가 '마르완'이란 아랍식 이름으로 중동에 첫 발을 디딘 것은 지난 79년 5월. 짧은 국내 근무 기간을 빼면 올해로 23년째 열사의 땅에서 '오일 달러'를 캐고 있다. 종교도 이슬람교다. 대학시절(외대 아랍어과)부터 줄곧 이슬람교도로 살아 왔다.
오랜 기간 중동에서 일하다 보니 발주처 최고 경영자들과는 막역한 친구처럼 지낸다.
최근 오만의 각종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권을 LG상사가 잇따라 따내고 있는 데는 그의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나라에선 이 사람 없이는 안 된다"는 평을 듣는 해외 주재원들이 각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현지에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들의 진가는 중동이나 동남아시아처럼 인간관계가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역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김성훈 한국석유공사 베트남 사무소장은 베트남에서 한국의 석유개발사를 다시 쓰고 있는 인물. 서울대 지질학과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1982년 입사한 김 소장은 지난 92년 입찰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했던 '11-2'광구권을 기적처럼 다시 따내며 베트남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매장량 최소 5억배럴 이상으로 판명된 자이언트급 유전 15-1광구 입찰에도 참여,탐사를 주도했다. 이 광구에선 지금 하루 8만배럴이 넘는 원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가 베트남 근무를 시작할 당시 파트너였던 팜 꿩두 박사는 현재 베트남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의 사장이 돼 있다. 김 소장이 "베트남에서는 석유공사가 메이저"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김 소장에 대해 "현지에서 일궈 놓은 인맥과 명성이 워낙 탄탄한 데다 따낸 광구마다 대박을 터뜨리다 보니 외국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거꾸로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양수영 미얀마 대우E&P 지사장(상무)은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진 않았지만 미얀마에서 대박의 꿈을 일구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의 기대주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에서 지구물리학 박사 학위를 딴 그는 석유공사에 근무하다 90년대 중반 대우인터내셔널에 전격 스카우트된 케이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래가 걸려 있는 미얀마 A-1 가스전 프로젝트의 야전 사령관을 맡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이 수차례 시추했다 포기한 미얀마 북서부 해상에 새로운 방식의 지질 분석 기법을 도입,'버려진 바다'를 '대박의 바다'로 바꾼 것은 양 상무의 끈질긴 도전정신에서 비롯됐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는 대우의 가스전 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얀마 고위층들과도 두터운 인간관계를 맺고,사업을 한 단계씩 진전시켜 나가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양 지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현지에서 근무 중이지만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미얀마를 오가며 사업을 주도했다"면서 "앞으로 회사에 큰 이익과 명예를 안겨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