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이 세상을 바꾼다.’ 국내 최대 화학공학 관련 학술대회인 ‘2005 한국화학공학회 봄 학술대회’가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전남 여수대에서 열렸다. 한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던 화학산업은 이제 차세대 청정산업기술, 수소에너지 개발, 산업단지의 생태단지화 등을 이끌며 21세기 친환경 청정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국내·외 화학공학 전문가와 산업계 관계자 등 1천3백여명이 참석해 화학산업의 친환경적 새로운 역할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8백여편의 일반 학술논문이 발표됐으며 미래 화학한국을 이끌어 갈 전국 21개 대학 6백15명의 대학생이 참여한 '제 1차 대학생 화학공학 한마당'도 열렸다. 노기호 화학공학회장(LG화학 사장)은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미래 화학공학의 패러다임 및 학계·연구계·산업계의 당면과제 등에 대한 폭넓은 토론이 이뤄졌다"며 "앞으로 일반 대중을 상대로 미래 신산업 발전의 중요한 토대가 될 화학산업의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화학공학이 '수소경제' 이끈다 학술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주제는 단연 '수소경제와 연료전지'.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인 수소가 가져다 줄 새로운 경제체제와 화공업계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벌어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홍성안 박사(산업자원부 수소연료전지사업단 단장)는 학술대회 첫날 열린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국가 비전 및 전략'이라는 특별 심포지엄에서 "수소에너지는 궁극적으로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꿈의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30~40년 뒤 본격적인 수소경제시대가 시작되면 새로 건설되는 발전소는 대부분 수소에너지를 이용한 연료전지 발전소가 될 것이며 승용차와 버스도 모두 연료전지 차량으로 바뀔 것"이라며 "주유소의 절반 정도는 연료전지 차량에 수소를 공급하는 수소 주유소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학공학의 발전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과 세계인들의 삶의 형태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 단장은 "화공업계는 이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수소에너지의 핵심인 연료전지 기술의 상용화는 물론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내는 수소생산기술,그 밖에 수소저장에서 운송에 이르는 인프라 구축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화공업계,자동차업계는 △2012년까지 수소에너지의 경제성 확보 △2020년까지 산업 창출 △2030년까지 정부주도에서 업계 주도로 산업 독립 △2040년까지 물을 분해해 수소에너지를 만드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등의 단계를 거쳐 '수소경제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범국가적 프로젝트에는 LG화학 SKC 등 화학업체 뿐 아니라 GS칼텍스 포스코 현대자동차 LG전자 삼성SDI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생태계와 닮은 산업단지 만든다 심포지엄에서는 차세대 청정산업기술의 하나인 석유화학단지를 생태산업단지로 만드는 시범사업에 대해 참석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생태산업단지란 A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면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B기업이 원료나 에너지원으로 재사용하는 형태의 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서로 순환을 거듭하는 자연생태계의 원리를 흉내낸 아이디어다. A기업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B기업은 값싼 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두 기업은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오염을 방지할 수 있어 경제적인 문제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이태용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석유화학 단지의 생태산업 단지화'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지난해부터 여수석유화학단지를 생태산업단지로 시범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가 추진하는 생태산업단지 시범사업으로 오는 2008년까지 부산물 에너지 용수를 재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여수산단 내에 있는 각 공장이 이를 서로 주고받는다는 계획이다. 2009년부터는 인근의 광양제철소와도 연계해 에너지사용을 합리화할 방침이다. 그는 "여수석유화학단지 내에 23개 대기업 중 20개 기업이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보였다"며 "현재 각 기업이 원료와 제품의 수요공급 데이터베이스를 긴밀하게 교환하고 있으며 이를 원활하게 이용하는 '실시간 최적화 기술'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수=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