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외국자본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거나 강화하기보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틀 안에서 국내자본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국내 기업 역차별 해소에 진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주말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세미나에 참석,△지속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모든 자본에 공정한 기회(level playing field) 부여 △국내자본과 외국자본 무차별 대우(equal treatment) △국적을 불문하고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strict enforcement) 등 외국자본 감독 3원칙을 제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윤 위원장은 "고배당과 유상감자를 통한 투자자금의 회수 등 외국계 자본의 폐해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금융구조조정과 외환위기 극복에 기여한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해 외국자본에 대한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동안 지적했던 외국계 자본의 행태는 일부 투기성 자본에 국한된 것"이라며 "글로벌 시대에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고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외국 자본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접자는 뜻을 내비쳤다. 윤 위원장은 최근 국세청의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펀드든 외국자본이든 국세청 나름대로 세무조사를 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문제삼아서는 안된다"며 투명한 원칙과 법에 따른 국세 행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글로벌 시대에 외국자본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 진(秦)나라 사론서(史論書)인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갈택이어(竭澤而漁)면 기불획득(豈不獲得)이나 이명년무어(而明年無魚)"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이 말은 "연못의 물을 말려버리면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지만 다음에 잡을 물고기가 없다"는 뜻으로,윤 위원장은 외국자본을 장기적 안목으로 봐줄 것을 당부했다. 경주=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