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필름카메라 시장을 석권했던 미국의 이스트만코닥이 디지털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결국 정크본드 신세가 됐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2일 코닥의 신용등급을 투자권고 마지막 등급인 'BBB-'에서 정크본드 수준인 'BB+'로 한 단계 내린다고 발표했다. S&P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어 수익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코닥은 올 1·4분기에 1억4천2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데다 매출액도 28억3천만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3% 줄어들었다. 코닥은 지난 1분기 중 9백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필름카메라 사업 구조조정 비용으로 1억5천만달러의 특별손실이 생겨 적자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9백만달러의 영업이익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올 1분기에 환차익이 발생해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코닥의 실제 매출 감소율은 5%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S&P는 "코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이미지와 관련된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이 분야의 경쟁이 매우 격화되고 있으며 수익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필름카메라 사업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코닥은 필름카메라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2000년대 들어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는 추세인 데도 차세대 필름 기술인 '어드밴틱스' 개발에 역량을 투입하는가 하면 중국 필름 생산 업체인 럭키필름의 주식을 사들이는 등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