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크로퍼드 목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의 주(州) 가운데서도 텍사스는 유별나다.
뉴요커들이 '세계는 뉴욕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식의 오만한 자존심을 내세우듯, 텍산들 역시 텍사스는 하나의 주가 아닌 공화국(Republic)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주와는 달리 텍사스가 워낙 광대하고 부유해 차별성을 내세우는 까닭이다.
아직도 카우보이 모자와 긴 부츠를 자랑스러워하고, 몇년 전부터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주기(州旗)인 론스타(Lone Star)에 대한 맹세를 의무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 역시 텍사스를 가장 아끼는 사람으로 꼽힌다.
"텍사스는 나의 삶의 방식이요,마음의 상태요,세상을 보는 눈"이라고 말하는가 하면,대통령 취임식날 무도회에서는 "워싱턴에 입성한 텍산의 마음이 이렇게 흡족할 줄이야…"라며 숨김없는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부시 대통령이 워싱턴을 마다하고 틈만 나면 개인 목장으로 가꾼 크로퍼드를 찾는 것도 순전히 고향 텍사스에 대한 동경에서라고 한다.
이런 연유로 크로퍼드(Crawford) 목장은 서부 백악관으로 불리면서 부시 외교의 최고 중심지로 떠올라 있다.
영국 중국 러시아 일본 이탈리아 호주 등 힘깨나 쓰는 외국 지도자들이 목장으로 초청돼 정상회담을 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 정상들은 백악관이나 캠프 데이비드 별장이 아닌 크로퍼드 목장에서 회담하기를 원하고 있다.
오는 6월 한ㆍ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면서 그 장소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북핵 문제가 비등점을 향해 달려가는 긴박한 시점에 개인적 친밀감의 상징인 크로퍼드 목장에서 회담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나돈다.
넥타이를 풀어젖힌 부시가 운전하는 픽업 트럭을 타고,또 함께 숲속을 산책하는 모습은 곧 굳건한 한ㆍ미 동맹을 상징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서다.
이번 정상회담이 부시 외교의 한 축을 이루는 '크로퍼드 목장 외교'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가능하다면 서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게 알려진 텍사스에서 두 나라 정상이 격의없는 의견을 나눴으면 더 좋을 성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