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항과 판교·분당신도시 등이 들어서 있는 이른바 '남단녹지'의 뒤웅박 같은 운명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의 핵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넓은 들판이라는 뜻을 지닌 '너드리'로 불리던 판교일대 2천20만평은 지난 76년 그린벨트에 버금가는 건축제한을 받는 남단녹지로 지정됐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려든 서민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남개발이 막 시작되던 시절이었다. 수도권 비대화를 막기 위한 초법적인 조치였던 셈이다. 이후 전두환 정권시절까지만 해도 일부 공공시설이 들어선 것 외에 대부분이 그린벨트(녹지) 상태로 '서울의 허파' 역할을 했던 이곳은 노태우 정권시절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한 '택지공급처'로서 위상이 바뀐다. 노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주택 2백만가구 건설'이 본격 추진되면서 남단녹지의 일부인 분당 일대에 5백40만평 규모의 분당신도시가 건설됐다. 이후 남단녹지는 지난 1992년 보전녹지로 변경됐지만 건축제한은 계속됐다. 김영삼 정부시절에는 용인 남양주 등 수도권 준농림지가 아파트 단지로 대거 개발되면서 관심대상에서 잠시 멀어졌지만 김대중 정부시절 이번에는 '건설경기 부양'에 동원된다. 오는 11월 분양을 앞두고 있는 판교신도시가 바로 주인공이다. 수많은 논란을 거듭한 끝에 지난 2001년 12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판교신도시에는 모두 2만9천여가구의 아파트·단독·연립주택이 들어서 '제2의 강남'을 꿈꾸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판교는 또다시 '집값안정 수단'으로 활용된다. 강남이나 분당권의 고급 주거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가구수가 김대중 정부시절보다 1만가구 늘어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남단녹지 안에 있는 서울공항도 마찬가지다. 지난 1970년 군용공항으로 문을 연 이후 30년간 성역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개발압력의 핵심에 놓여있다. 대통령 등 국빈 전용기나 군용기 이착륙장은 물론 국가안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여전히 평가되지만 최근 이전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된 직후에는 서울공항의 기능을 김포공항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여당 고위당직자들의 발언을 보면 서울공항은 행정도시·공공기관 등의 지방이전에 따른 수도권 공백을 메우기 위한 '빅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수도권 민심 달래기용으로 거론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서울공항의 경우 개발논란이 이제 시작됐다는 점에서 과연 어떤 수단으로 활용될지,아니면 보전될지 좀 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공항까지 개발쪽으로 결론이 나면 남단녹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면적이 주거단지로 바뀌는 셈이어서 보전공간에서 개발공간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