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남북 당국자 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함에 따라 지난해 7월 이후 1년 가까이 중단된 남북 고위급 대화가 재개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측이 이날 6ㆍ15공동선언의 정신을 되살려 당국자 회담 등에 임한다는 의견을 교환한 데 이어 "북관대첩비를 반환받기 위해서는 남북 당국자 회담이 필요하다"는 이 총리의 제안에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동의 의사로 화답한 것은 10개월간 중단된 대화 재개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특히 북측이 지난 8일 조류독감 방역 지원을 요청하고 산불 진화용 헬기의 비무장지대 진입을 허용한 데 이어 18일에는 월북 어부를 닷새 만에 송환하는 등 잇단 유화적인 태도에 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런 흐름에서 양측 최고위급 인사들이 만나 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한발짝 나아가 현재 남북 민간 차원에서 공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북관대첩비 반환 문제를 대화 재개의 발판으로 마련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날 면담은 오전 11시40분 시작돼 예정보다 20분 이상을 넘겨 40여분간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이 총리는 면담 후 "예상했던 것 중 가장 좋은 결과를 낳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일단 남북 최고위급 인사들이 회담 필요성에 공감한 것만으로 의미가 크다"며 "그동안 중단된 대화 재개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당국간 대화재개가 곧바로 성사될지에 대해 다소 신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유화 제스처는 우선 시급한 비료 문제 등 남측의 지원을 이끌어내고 대외적으로는 6자회담 경색으로 장기간 고립된 상황을 열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당국자 회담의 진행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 앞서 22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김정일 북한 위원장이 보낸 인사를 전하고 양국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북한 언론들이 24일 보도했다. 이심기·김인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