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태 < 삼일회계법인 대표 ktahn@samil.co.kr > 최근 민간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공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창의적 경영을 위해 민간경영의 노하우를 도입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과 사외이사로 인연을 맺은 지 3년째인 필자 역시 서울지하철공사가 노사분규와 적자경영의 대명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사외이사로서 내부 살림살이를 들여다 보니 제3자의 시선으로 볼 때와는 달리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 중 하나가 정부 부처에서 국민복지를 위한 법을 제정,시행하면서도 재원을 마련하지 않아 그 부담이 고스란히 공기업으로 전가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 등에 의해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장애인,국가유공자들이 지하철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전체 인구의 7.2%인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19년에는 14.4%로 늘어나면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고 하니 지하철 무료 이용 부담은 해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늘어나는 재정 부담은 자칫 일반 이용자에게 요금 인상 형식으로 전가될 수 있다. 2004년 전국 6개 지하철공사의 무임승차 운임액은 1천8백억원에 이르며,서울지하철공사만 해도 무임 손실 비용이 무려 8백66억원으로 당기 순손실액 1천5백27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흑자경영이고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지하철 공사의 경영수지가 지금처럼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면 지하철 방화 사건 이후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안전시설 개선사업 역시 재원 확보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즉 정부의 복지정책에 따른 무임손실액이 제대로 보상되지 않아서 운임이 인상되고,그 부담이 지하철 이용자인 서민들에게 돌아가면서도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필자도 10년 후에는 무임승차의 수혜자가 된다. 그러나 지금의 방식대로라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면서도 좋은 서비스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적자의 원인이 된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앞설 것 같다. 복지행정이 혜택을 받는 측과 이를 지원하는 측 모두에게 기쁨이 되기 위해서는 수혜자가 떳떳하게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보완과 정책 시행에 앞서 필요 재원을 먼저 확보하는 정책의지가 절실하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일반 이용객에게 돌아가는 복지행정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