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3조달러 '빈곤층 시장'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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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달러 규모의 빈곤층 시장을 잡아라.' 다국적 기업들이 전세계에 40억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빈곤층을 겨냥,초저가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빈곤층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25일자)가 보도했다.
세계적 경영학자인 미시간대학교의 C K 프라할라드 교수는 "빈곤층은 세계 인구의 4분의 3에 육박한다"며 "기업들이 가난한 사람에게 적합한 상품을 개발해 시장을 적극 개척한다면 전세계적으로 매년 13조달러 상당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곤층시장 공략 나선 다국적 기업들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는 가격이 2.5센트 안팎에 불과한 초저가 일회용 비누와 샴푸,세제 등을 베트남 같은 저개발국가에 집중적으로 판매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유니레버의 베트남 현지법인은 빈곤층 거주 지역을 순회하는 판매원을 고용,작년에만 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03년에 비해 23%나 늘어난 것이다.
이 회사 베트남 법인의 아리짓 고스는 "부자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도 모두 외모에 관심을 갖는다"며 "전기나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서도 유니레버의 '선실크' 같은 제품을 원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 AMD는 연 소득이 1천∼6천달러 수준인 빈곤층을 주대상으로 하는 초저가 컴퓨터 PIC(개인 인터넷 통신기·Personal Internet Communicator)를 출시했다.
이 제품의 가격은 1백85달러로 10기가바이트의 하드 디스크 저장용량을 갖추고 있다.
PIC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를 운영체제로 하며 e메일 송수신,인터넷 검색,문서 작성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대만의 VIA테크놀로지스란 기업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1백달러에 불과한 제품을 곧 출시할 계획이다.
모토로라는 조만간 40달러짜리 초저가 휴대폰을 본격 시판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향후 6개월 안에 중국과 인도,터키 등에서 이 제품을 6백만대 정도 팔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마케팅 기법은 필수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 성공하려면 이들 고객의 욕구와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일례로 모토로라는 빈곤층 주거 지역의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감안,한 번만 충전하면 5백시간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을 네 번이나 수정했다.
멕시코의 세계적 시멘트업체인 세멕스는 빈곤층이 한꺼번에 건축자재를 구입할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하루 5달러 미만을 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할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일주일에 11.5달러를 내면 10주에 한 번씩 시멘트 등 건자재를 공급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이용하면 웬만한 집 한 채는 보통 70주 정도에 건축을 끝낼 수 있다.
세멕스는 "현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4만2천명에 달한다"며 "이를 통해 올해 1백50만달러의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