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밑도는 부진 당초 동부아남은 올해부터 매년 50% 안팎의 고속성장을 기대했다. 지난해 합병을 계기로 이미 성장의 발판은 마련됐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지난해 초 채권단과 1조2천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 론(은행공동협조 융자) 계약을 체결,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확보했다. 이 회사는 이 가운데 4천억원을 충북 상우공장 라인 확충과 경기 부천공장 설비 보완에 투입, 2003년 월 3만장(2백mm 웨이퍼 기준) 수준이던 생산 능력을 지난해 5만장으로 늘렸다. 여기에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도시바 필립스 삼성전자 NEC 등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와 엠텍비젼 코아로직 등 팹리스 업체(반도체칩 전문설계업체)처럼 안정적인 거래처도 확보한 상태.카메라폰용 비메모리반도체(CMOS) 이미지센서,LCD구동칩(LDI) 등 특화기술에 대한 수요도 꾸준했다. 어떻게 보면 실적 호조가 기대된 것은 당연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동안 1천6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손실도 1백8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가 문제였다. 전세계적인 IT 경기 위축으로 파운드리 업체들이 모두 주문량 감소에 시달렸다. 동부아남 역시 마찬가지.주문량이 줄어들면서 라인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이 높은 대만 TSMC UMC 등과 비교할 때 물량·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열악하지만 실적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개선 언제쯤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역시 실적 개선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IT 경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파운드리 업계 간 경쟁으로 주문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동부아남은 지난해 4천억원의 설비투자에 따른 감가상각(7백억∼8백억원) 부담도 안고 있다. 구희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동부아남이 대만 TSMC UMC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추가 확보하고 특화기술을 갖춰야 한다"라며 "내년 상반기에나 실적 호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아남은 이에 따라 올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일단 올해 1천5백억∼2천억원 가량의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규모를 월 6만장으로 늘리기로 했다. 기존 대형 반도체업체 외에 팹리스(반도체칩 설계전문업체) 등으로 고객을 다변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는 지분투자와 반도체설계기술 제공 등으로 중소 팹리스 업체를 집중 육성,이들 업체를 통해 수주물량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동부아남은 이미 2∼3개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며 올해 2∼3개 업체에도 지분투자를 할 계획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