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하나로텔레콤 이사회는 격론의 장이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이사진들은 휴대인터넷 사업 포기 여부를 놓고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1조원 가량 들어가는 휴대인터넷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느냐,마느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외국인 주주가 거부 휴대인터넷 사업 포기는 외국인 주주들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로텔레콤의 최대주주인 뉴브리지와 AIG(39.56%) 등 외국인 주주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하나는 휴대인터넷 사업성이 모호해 졌다는 것이고,둘째는 기존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한때 사업 포기 외에 △최소 투자비로 사업 지속과 △합작벤처를 통한 별도법인화도 논의됐으나 외국인 주주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회사측은 외국인 주주들이 휴대인터넷 사업의 성장성에 대해 강한 회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3.5세대 이동통신인 HSDPA 기술이 나와 휴대인터넷의 앞길이 불분명해졌다는 얘기였다. HSDPA는 음성과 데이터,멀티미디어가 가능한 이동통신 기술로 휴대인터넷을 위협할 차세대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주주들은 휴대인터넷보다 앞선 기술이 내년 상반기에 상용화될 예정인데 여기에 맞서 미래가 불분명한 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사업출연금 1천1백70억원을 이달 말까지 내고 향후 5년간 최소 5천억원 이상의 투자비를 부담하기엔 너무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주주들은 신규 투자를 접는 대신 기존 초고속인터넷 사업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고속인터넷 사업 확대를 위해 두루넷을 4천7백13억원에 인수한 전략을 살리자는 것.이날 4천7백13억원 중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인수대금이 이사회에서 쉽게 통과된 것도 이 같은 기존 사업 집중과 맥을 같이 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사회 이후의 고민 이사회 결의로 휴대인터넷 문제가 정리되긴 했지만 하나로텔레콤의 고민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핵심사업인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로 승부하는 것만 남았지만 시장이 하나로텔레콤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KT의 독주 속에 온세통신 데이콤 등 4개 유선사업자들과 50여개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데이콤의 자회사인 파워콤이 우수한 통화음질을 갖춘 망을 앞세워 7월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나로텔레콤은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대비,초고속인터넷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경쟁자들이 많다는 게 하나로텔레콤의 고민이다. 또 차세대 성장동력이 없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