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 한경논설위원 > 휴대인터넷(와이브르) 등 차세대 통신 서비스에 대한 정부 정책이 실패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하나로텔레콤이 휴대인터넷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휴대인터넷을 유효경쟁의 본보기로 삼으려 했던 정보통신부의 의도가 사실상 퇴색됐다. 정통부는 당초 휴대인터넷 사업자 수를 몇 개로 정할지 고민하느라 기술이나 서비스간 경쟁이라든지 대체관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와이브로보다 한 템포 늦게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3.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HSDPA가 생각보다 빨리 등장해 와이브로를 위협하면서 일이 꼬이고 있다. 한마디로 차세대 통신 서비스의 순차적 출현을 전제로 한 정통부의 통신 서비스 로드맵 정책이 '동시다발적 서비스 출현'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와이브로 뿐이 아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됐던 IMT-2000의 경우 사업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WCDMA 비동기식 사업자든,동기식 사업자든 마찬가지다. 공식적으로 안한다고 할 수도 없고,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도 없는 실정이다. 위성DMB도 난제가 한 둘이 아니다. 방송위와 정통부간 갈등,법과 제도의 미비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서비스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기술이 앞서도 새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규제환경이 정비되지 않으면 국제경쟁에서 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세대 통신 서비스의 특징은 동시다발적인 출현과 유무선 통합,통신 방송의 융합과 같은 '컨버전스'다. 정부가 경직적인 로드맵에 집착하거나 컨버전스에 걸맞은 행정 및 규제환경을 마련하지 못하면 차세대 통신 서비스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정책과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통부는 차제에 차세대 통신 서비스에 대한 비전을 재검토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