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 조기 평가절상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강한 가운데 중국 고위관리가 24일(현지시간) “환율정책의 시간표는 없다”고 부인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외환정책 주무부서인 국가외환관리국 웨이번화 부국장은 이날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 아시아 포럼에서 “환율개혁을 단행하게 되면 자본시장도 일정 부분 개방해야 하지만,자본시장 개방은 선진국에서도 수십년의 시간이 걸려 실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같은 포럼에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중앙은행) 행장이 "위안화 환율시스템 조정은 국제적인 동인과 압력도 고려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위안화 조기 평가절상 관측을 낳았던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중국 정부가 하루새 외환개혁과 관련한 입장을 번복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그만큼 중국측의 고민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중국 언론들은 웨이번화 부국장이 발언한 보아오 아시아 포럼 자리에서도 그와 해외의 시각을 대변하는 골드만삭스 후주류 아시아담당 총경리(사장)가 위안화 평가절상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변동환율제 실시 시기는 물론 시행을 위한 요건과 실시효과 등에 대해 의견이 팽팽히 맞서 위안화 환율조정에 대한 중국과 서방의 시각차를 다시 극명하게 드러냈다. ○변동환율제 실시 시기 먼저 후주류 총경리는 이 포럼에서 "중국 미시 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유연한 환율시스템을 가져야 한다"며 "당장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웨이 부국장은 "환율개혁 시간표는 없다"며 "빠르면 올 하반기,늦어도 내년 초에 환율개혁이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설령 환율 변동폭이 바뀌더라도 그 변화가 수% 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며 "10%까지 변동폭이 확대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기 평가절상 요건 후 총경리는 조기 절상해야 하는 근거로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는 달라진 중국경제를 들었다. 그때와는 달리 지금 중국에는 부동산거품이 있어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유연한 환율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웨이 부국장은 "최소한 위안화 환율 주변의 기본적인 조건이 준비된 이후에야 비로소 환율조정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맞섰다. 웨이 부국장이 이날 제시한 조건들을 두고 중국언론들은 환율조정에 앞서 네가지 관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중국 언론들은 금융개혁 가속화,은행과 기업에 미칠 충격을 덜어줄 법규 및 재무규정 완비와 관련 인재양성,비교적 성숙한 외환시장,자본계정의 일정수준 개방 등을 환율조정에 앞서 거쳐야 할 관문으로 꼽았다. ○조기 평가절상 효과 논란 후 총경리는 유연한 환율제로의 조기이행은 중국 경제의 안정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주변국과 세계경제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웨이 부국장은 "현재 상황에서 변동환율제를 채택할 경우 중국은행과 기업들이 새로운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따라서 "주변국과 세계경제에도 불리하다"면서 "중국은 환율조정시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웨이 부국장은 특히 "환율조정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낮추는 데 이로운 점이 많지 않다"며 "미국측에 '당신들 문제이니 당신들 방을 먼저 깨끗이 치워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