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 휴대인터넷 포기 쇼크] 차세대 통신 '안개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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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텔레콤이 25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2.3GHz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사업을 전격 포기함에 따라 통신업계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됐다.최근 수년동안 매출정체를 겪어왔던 통신업계로선‘와이브로’가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었다.그러나 KT와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 와이브로 3개 사업자 중 하나로텔레콤이 중도하차하면서‘차세대 이동통신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심각한 고민에 쌓이게 됐다.와이브로가 단순한 차세대 이동통신이 아니라 정보통신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IT839전략’중 하나였다는 점에서‘정부 정책의 실패’까지 거론되고 있는 양상이다.
◆와이브로의 시장성=하나로텔레콤의 와이브로 포기로 가장 큰 고민에 휩싸인 곳은 KT다.
경쟁사업자가 하나 없어졌다는 점에서 시장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지만 시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KT는 이미 와이브로에 8백50억원을 투자했고 내년부터 매년 2천억원씩 2010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의 와이브로 포기에 대해 임직원들이 잠시 술렁거리기는 했지만 KT의 와이브로 사업은 당초 예정대로 계속할 계획"이라며 "시장성 분석도 다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와이브로가 '4세대(4G) 이동통신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와이브로 표준(HPi)을 외국 업체들이 따라줄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
와이브로가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망을 기반으로 진화된 3.5세대 이동통신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와 경쟁관계라는 점도 변수로 남는다.
◆HSDPA와 경쟁관계=SK텔레콤의 경우 와이브로 투자액이 KT보다 적다.
2007년 이후까지 8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상용화 시기도 KT보다 늦게 잡았다.
조신 SK텔레콤 전무는 "SK텔레콤은 와이브로를 차세대 이동통신의 보완재로 보고 있다"며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액이 WCDMA 또는 HSDPA 투자액보다 적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HSDPA가 WCDMA망에서 가동된다는 점을 들어 WCDMA 투자를 HSDPA 투자와 같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 역시 음성통화 매출이 줄고 있고 WCDMA에 1조7천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데다 위성DMB에도 1천6백10억원을 투자해 놓은 상태다.
SK텔레콤은 와이브로와 WCDMA 위성DMB 등에 모두 분산투자를 해 놓아 리스크를 줄였지만 투자부담은 큰 상태다.
KT의 자회사인 KTF도 2007년까지 총 1조5천억원을 WCDMA에 투자할 계획이다.
KT그룹은 KT의 와이브로,KTF의 WCDMA로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분산시켜 놓았다.
◆후발업체의 한계=후발 통신업체인 하나로텔레콤과 LG텔레콤의 고민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현재 유무선 통신시장에서 싸우는 것도 버거운데 새로운 투자까지 모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넉넉지 않은 투자여력 때문에 계획이 어긋나기 일쑤다.
지난해 말까지 3세대 서비스인 EV-DV를 상용화하겠다던 LG텔레콤은 퀄컴이 EV-DV칩 개발을 포기하는 등 갖가지 이유로 차세대 투자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갖고 있지만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할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 역시 두루넷 인수에 많은 돈을 쓴 데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KT 및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과 맞서야 한다는 점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와이브로를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