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7년반만에 종가 기준으로 세자릿수로 떨어진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하루 종일 치열한 ‘눈치보기 장세’가 펼쳐졌다. 원·달러 환율이 1천원선 밑으로 떨어지면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기대로 국내 은행권과 수입업체들이 달러 저가 매입에 나선 반면, 1천원선 위로 올라서면 수출업체들은 달러 손절매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당국의 개입 강도가 예상보다 약해 이날 환율은 달러당 9백98원90전에 마감됐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당분간은 환율이 1천원선을 놓고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면서도 하락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그러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1천원선 놓고 치열한 눈치보기 장세 이날 아침 서울 외환시장은 개장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한달여만에 1백5엔대로 떨어졌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금요일 종가 대비 4원 하락한 1천원에 거래를 시작한지 30분도 안돼 9백97원60전까지 곤두박질쳤다. 위안화 절상에 따른 아시아 통화의 동반 절상을 우려한 외국계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한 역외세력들이 달러를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은 오후 들어 국내 은행들과 수입업체들이 달러 저가 매입에 나서면서 다시 1천원대를 회복했다. 지난달 10∼14일 환율이 장중한때 세자릿수로 떨어졌을때 당국이 강력한 개입으로 1천원선을 지켜내는 걸 지켜본 '학습효과' 때문. 그러나 30분쯤 뒤 환율은 다시 세자릿수로 떨어졌다. 당국의 개입강도가 예상보다 약하자 '1천원선 이상일때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가 수출업체들 사이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구길모 외환시장 외환운용팀 과장은 "1천원선을 놓고 해외 투자은행과 국내은행,수출업체와 수입업체간의 치열한 눈치보기 장세가 펼쳐진 하루였다"고 전했다. ○1천원선 회복될까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서영수 우리선물 연구원은 "지난 주말 엔.달러 환율이 1백5엔대로 떨어져 달러 약세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데다 월말이 되면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물량이 많아질 것"이라며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요인들이 많아 당분간 세자릿수 환율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향후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당국의 환율방어 의지. 이정욱 우리은행 외환시장운용팀 과장은 "달러의 글로벌 약세는 당국도 어쩔수 없겠지만 일본 엔화보다 과도하게 절상(원.달러 환율 하락)되는 건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내수회복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수출이라도 버텨줘야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초조감때문에라도 당국이 세자릿수 환율을 방치하진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올해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한도 21억원 중 7억원을 이미 지난 1,2월에 소진하는 등 환율방어용 '실탄'이 충분치 않다는 점도 변수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날 당국의 시장개입이 구두개입에 그친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