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취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얘기냐?" 25일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이 발칵 뒤집혔다. '법의 날'을 맞아 대검찰청이 "인권친화적 수사관행을 정착시키겠다"며 내놓은 자료 때문이었다. '수사과정의 인권보호 강화 종합대책'이라고 명명된 이 자료는 "오보(誤報)를 쓴 기자는 출입을 제한하겠다" "취재기준을 위반한 기자에 대한 제재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등 섬뜩한 내용들로 가득 찼다. 정상명 대검차장이 부연설명을 위해 이례적으로 기자실을 방문했다. 그는 "인권옹호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침해받는 인권도 같은 무게로 소중히 다뤄져야 한다"며 취재제한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인권 침해의 원인을 언론으로 돌리는 검찰의 입장에 대한 기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배경과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에 대한 검찰측 답변도 오락가락했다. 정 차장은 단호한 어조로 "언론에 피조사자의 소환여부를 확인해주던 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말했지만 옆자리에 앉은 이준보 기획조정부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때 이니셜을 확인해주는 관행은 계속될 것이니 걱정말라"며 핵심을 흐렸다. '검찰청사내 사진촬영 금지'나 '수의？포승을 착용한 피고인 촬영금지' 방침 등도 공인(公人)여부와 수사관련 여부 등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발표 시기도 오해의 소지가 많다. 최근 언론이 철도공사의 러시아유전개발사업과 관련, 권력핵심부에 얽힌 의혹캐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이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도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리에 연루된 일부 정치권의 불만과 청와대의 문제제기에 떼밀린 측면도 없지 않다. 인권 운운하며 국회에서 논의중이던 비정규직 관련 법안 처리에 찬물을 끼얹었던 국가인권위의 어리석음을 검찰이 본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김병일 사회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