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유선전화와 이동통신 모두 수년째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정체를 뚫고 나갈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이에 2.3GHz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3.5세대 이동통신인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위성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IP-TV(인터넷 기반의 TV)등에 투자를 하지만 시장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워 위험이 매우 크다.투자를 잘못했다간 자칫 회사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정책 변수도 만만치 않은 고민거리다. 하나로텔레콤이 어렵게 따낸 와이브로 사업권을 25일 전격 포기하면서 이 같은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와이브로가 단순한 차세대 이동통신이 아니라 정보통신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IT839전략'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실패'까지 거론되는 양상이다. 가장 심각한 고민에 빠진 곳은 KT다. KT는 수년째 유선전화 매출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로 와이브로와 IP-TV를 계획 중이지만 여의치 않다. KT는 하나로텔레콤의 사업 포기에도 불구하고 와이브로에 오는 2010년까지 1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내년 4월 수도권부터 상용화한다는 계획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날 서울 역삼동 강남지사에서 이용경 사장 주재로 열린 '임원전략회의'에서 하나로텔레콤의 와이브로 사업 포기 소식이 전해지자 임원들이 매우 술렁거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KT가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IP-TV 역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규제 권한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인 형국이다. SK텔레콤이라고 나을 게 없다. 휴대폰 음성통화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할 곳은 많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망 기반으로 운영되는 HSDPA에 1조7천억원(2007년까지) △위성DMB에 1천6백10억원(위성 운영 9백50억원,TU미디어 지분투자 6백60억원) △와이브로에 8천억원(2007년 이후까지)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 와이브로와 WCDMA 위성DMB 등에 투자하는 돈이 3조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분산투자를 해 놓아 리스크를 줄였지만 투자부담이 크다는 이야기다. 조신 SK텔레콤 전무는 "SK텔레콤은 와이브로를 차세대 이동통신의 보완재로 보고 있다"며 "와이브로 투자액보다 WCDMA 투자액이 더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발업체인 LG텔레콤의 고민은 더 심각하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싸우는 것도 버거운데 새로운 투자까지 모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갖고 있지만 퀄컴측이 관련 칩 개발을 포기함에 따라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LG텔레콤은 정통부를 상대로 차세대 이동통신 투자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로텔레콤도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의 불꽃 경쟁에 승부를 걸어야 할 판이다. 두루넷을 인수,시장점유율을 30%대로 높였지만 경쟁에 쓸 자금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공룡 KT와 저가공세로 시장을 파고 드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로텔레콤이 와이브로 사업권을 포기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