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7년 반 만에 다시 세자릿수로 추락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종가 대비 5원10전 하락한 9백98원90전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0∼14일 장중 한때 9백원선으로 떨어지긴 했으나 종가 기준으로 1천원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97년 11월 14일(9백86원30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백5엔대로 내려앉은 영향으로 개장 30분 만에 9백97원60전까지 떨어지는 등 6일째 하락세로 출발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달러화를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 당국자가 위안화 환율제도의 변경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이후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은행과 수입업체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오후 들어 1천원선을 회복했으나 장 마감을 앞두고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집중 매도,1천원선을 지켜내는 데 실패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엔·달러 환율 하락과 수출업체들의 월말 달러 매도 물량 증가 등으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환율이 이처럼 급락세를 보이면서 급격한 수출둔화가 향후 국내 경기회복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환율이 10%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에는 0.5%포인트 하락 요인이 생기는 것으로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분석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하락은 성장률 등 목표 달성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환율이 하락하면 물가가 떨어져 내수부양 효과가 있긴 하지만 현재 경제상황에서는 내수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