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하나로텔레콤 이사회는 격론의 장이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이사진들은 휴대인터넷 사업 포기 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최고 1조원 가량이 들어가는 휴대인터넷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느냐,마느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에 올인 휴대인터넷 사업 포기는 외국인 주주와 경영진간 합의로 결정됐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하나로텔레콤의 최대주주인 뉴브릿지와 AIG(지분율 39.56%) 등 외국인 주주의 적극 반대 속에 일부 경영진이 사업 계속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결국 합의로 사업을 접기로 결의했다는 후문이다. 하나로텔레콤이 사업을 포기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는 휴대인터넷 사업성이 모호해졌다는 것이고 둘째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기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역량을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휴대인터넷의 향후 사업성과 관련,이사진은 강한 회의를 표명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최근 지금보다 한 단계 앞선 3.5세대 이동통신인 HSDPA 기술이 등장,휴대인터넷의 사업성을 위협하고 있어 투자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HSDPA는 음성과 데이터,멀티미디어가 가능한 이동통신 기술로 휴대인터넷을 위협할 차세대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주주들은 휴대인터넷보다 앞선 기술이 내년 상반기에 상용화될 예정인데 여기에 맞서 미래가 불분명한 신규 투자를 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입장을 보였다. 사업출연금 1천1백70억원을 이달 말까지 내고 향후 5년간 최소 5천억원 이상의 투자비를 들이는 데 반대한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외국인 주주들은 신규 투자를 접는 대신 기존 초고속인터넷 사업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하나로텔레콤은 최근 인수한 두루넷과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투자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사회가 이날 두루넷 인수대금 4천7백13억원 중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인수대금지급을 최종 승인한 것도 맥을 같이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하나로는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두루넷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 두루넷과 합치면 가입자 증가와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사회 이후의 고민 이사회 결의로 휴대인터넷 문제가 정리되긴 했지만 하나로텔레콤의 고민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현재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KT의 독주 속에 온세통신 데이콤 등 8개 유선사업자들과 1백여개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데이콤의 자회사인 파워콤이 우수한 통화음질을 갖춘 망을 앞세워 7월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나로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 사업 올인을 결정했지만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업계 2위자리를 공고히 할지는 두고봐야 한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 휴대인터넷 사업 일지 > 1998.2: KT 하나로통신(현 하나로텔레콤)에 2.3GHz 주파수 할당 2002.12: 2.3GHz 주파수 용도 변경(고정가입자회선→휴대인터넷) 2003.11: 정통부 2004년 사업자 선정,2005년 상용화 방침 발표 2004.7: 정통부,기술표준안 및 사업자 선정 일정 발표 2004.9: 휴대인터넷 사업자수 3개로 확정 2004.10: 데이콤 휴대인터넷 사업 포기 발표 2005.2: 정통부,3개 사업자(KT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선정 2006.상반기: 상용 서비스 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