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블루오션' 제대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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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혁신(Value Innovation)론을 집대성한 '블루오션전략'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판 출간 직후부터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 데 이어 각 기업과 기관들이 단체주문을 하면서 출판사인 교보문고에서조차 지난주 한때 품절 사태를 빚었을 정도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가 출간한 것으로 착각해 연구소로 구입문의를 해오는 전화가 하루에도 10통이 넘는다. 책이 인기를 끌면서 기업은 물론 정부 부처 내에서도 '블루오션 학습 동아리'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가치혁신 열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초부터 '국가혁신 프로젝트'란 이름을 내걸고 가치혁신론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하고 전파해온 한경 가치혁신연구소도 덩달아 기쁘다. 많은 이들이 블루오션전략을 통해 가치혁신의 진정한 뜻을 알고,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적용해 나가면 우리 연구소의 비전인 '혁신가가 넘치는 사회'를 이루는 데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문제는 '인기'가 좋은 만큼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 인기를 '상품성'과 연계해 욕심을 내는 사람이나 단체가 늘어가고 있는 게 벌써부터 보인다. 오죽하면 "다음 주에 김위찬 교수님을 모시려고 하는데 연락 좀 해주실래요?"라고 전화를 해오는 이들도 있다. 김 교수가 서울 시내 모대학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가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에 적을 두고 있지만 다른 대륙에 있는 날이 더 많은 데도 말이다. '고위층'이 관심을 보이니 일단 한번 이벤트를 만들려는 욕심에 이런 코미디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덤벙이들까지 나타나는 걸 보니 슬그머니 걱정이 생긴다. 최고의 인기라고 해서 사기는 했지만 책도 두껍고 용어도 쉽지 않아 "별 것 아니네" 하고 던져버리고 마는 이들이 나타난다면 인기 때문에 오히려 창시자들의 진의가 왜곡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책 제목도 내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어서 오해를 살 여지가 많다. '푸른 바다'라는 '쉬운' 이미지 때문에 내용도 '정통을 벗어난 특이한 얘기' 정도로만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워크숍 등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는 "기존의 사고를 버리고 역발상을 하라는 얘기 아니냐"며 시비를 거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결론부터 당겨 말하면 '블루오션'은 대중들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안한 새로운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경쟁이 없는 거대 시장'이라는 아카데믹한 개념 대신에 그런 시장의 이미지를 금방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든 말이란 얘기다. 전략을 누구나 관심가져야 할 사고방식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창시자들의 배려가 오히려 돋보이는 것이 바로 이 제목이다.
독자들은 왜 이 가치혁신론이 90년대 중반 발표되자마자 유럽에서 '최후의 전략' '최고의 전략'으로 불렸는지를 생각하며 이 책을 천착해야 옳다. 기존의 기업경영,조직운영이 혹시 '피 터지는' '이겨봐야 상처만 남는' 붉은 바다에 빠져있었던 건 아닌지,'저 넓은 푸른 바다로 가자'라는 건 무슨 뜻인지 음미해가며 읽어야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빠뜨릴 수 없는 것으로 '레드오션' 전략을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무경쟁 시장을 찾는다고 해도 경쟁을 자꾸 걸어오는 기업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창시자들의 설명도 그렇다.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은 언제나 공존해왔기 때문에 현실은 기업에 이 두 오션에서 성공하고 그 두 전략을 모두 숙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블루오션전략' 결론 중에서)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