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 주자중 한 사람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한 모임에서 "이제 정치권은 깨끗해졌으나 의료계와 법조계, 언론계 등에 부패가 남아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작년 총선(17대 국회의원 선거)은 혁명이었고 정치권 스스로도 제도적 정치개혁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의원들은 정치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다"며 "정치권 비리는 과거에서 기인한 것"이라고도 했다. 정치권이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부패의 고리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얘기다. 김 장관이 정치권에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준 데 대해 공감할 대목이 없지는 않지만 나흘 앞으로 다가온 재·보궐선거 양태를 보면 과연 정치권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선거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과거 선거구태의 상징인 돈봉투가 여기저기서 다시 등장하고 한 후보의 유세차량이 파손되는 등 불법 탈법이 판치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각기 상대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지역마다 앞다퉈 설익은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며 선거과열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여야 모두 선거를 시작하면서 공언했던 '깨끗한 선거'약속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불법을 자행해서라도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당선만능주의'가 각 당이나 후보 사이에 팽배한 것은 우리 정치가 아직도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장 각종 선거법위반 등으로 6명의 국회의원이 금배지를 상실함에 따라 6곳에서 국회의원 재선거가 실시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앞으로도 각종 비리로 법정에 서야 할 정치인이 줄을 서 있는 상황이고 보면 혐오수준에 달한 국민의 정치불신은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도 부패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비교우위'를 말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오히려 "정치권의 부패만 해결되면 사회의 모든 부패가 해소될 것"이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지적에 공감하는 국민이 훨씬 많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인지 묻고 싶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