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쿠르트 뷔트리히 스위스연방공과대(ETH) 생물리학 교수가 "한국에서 바이오와 관련한 산업화 연구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뷔트리히 교수는 핵자기공명(NMR) 분광법으로 단백질과 같은 생물학적 거대분자의 3차원 구조를 밝혀내는 방법을 개발,물질 구조분석의 새 장을 연 과학자다. 그는 이 공로로 학사 출신의 '샐러리맨 노벨상 수상자'로 화제를 모은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현 시마즈제작소 질량분석연구소장),미국의 분석화학자 존 B 펜 박사와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뷔트리히 교수는 26일 연세대 창립 1백20주년 기념 특별강연에 앞서 인터뷰를 갖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한국 기업이나 대학 등이 재정적 지원과 같은 여건을 마련해주면 공동 연구를 할 생각이 있다"며 "특히 학문적인 측면 외에도 산업적인 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스웨덴에서도 현지 연구진과 공동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미 고가의 연구장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비교적 쉽게 연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뷔트리히 교수는 앞으로 NMR를 이용한 물질 구조분석 기초 연구를 바이오,의약 등 다양한 산업으로 연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백질 등 분자수준의 생명현상을 3차원 구조로 이해하게 되면 신약 개발이나 암 조기진단 등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한국의 기술 가운데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광우병 관련 단백질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싶다"며 "이 같은 구조 유전체 연구는 미국에서도 집중하고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세대는 뷔트리히 교수의 한국에서의 연구활동 기반 마련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그와 특임교수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1년에 4주 정도 한국에 초빙,강의와 공동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뷔트리히 교수는 다나카 고이치 소장이 학사출신 엔지니어라는 점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데 대해선 "전혀 부럽지 않다"며 "엔지니어냐 과학자냐 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고 털어놨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