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뱀장어 스튜'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권지예씨가 세번째 소설집 '꽃게 무덤'을 펴냈다. 두번째 소설집 '폭소'이후 발표한 소설 8편과 '뱀장어 스튜'를 포함해 모두 9편의 작품이 실렸다. 30대 여성의 정체성 문제나 인간과 세계의 근원적인 갈등문제등을 주로 다뤄 왔던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선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색깔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음식을 주제로 한 작품('꽃게 무덤')이 있는가 하면 삶과 죽음의 문제를 응시한 작품('봉인''비밀'등)들도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예전보다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원래 변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로 설명했다. 표제작인 '꽃게 무덤'은 기이할 정도로 간장게장을 탐하는 한 여자와 이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의 이야기다. 어느날 갑자기 남자의 앞에 나타났던 여자는 살을 발라먹고 남은 꽃게 무덤처럼 텅빈 자리만 남겨둔 채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남자는 여자의 자취를 찾아 그녀를 처음 만난 석모도 갯벌을 찾지만 그곳에서 간장게장의 냄새와 그녀에게 중독된 자기자신의 모습만 발견할 뿐이다. '물의 연인'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한 작가모임에 참석했다 우연히 전망이 좋은 호텔에 투숙하면서 느꼈던 감상을 토대로 쓴 작품.오랫동안 사랑했지만 평생 단 며칠밖에 함께 머물지 못한 두 노년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랜드 캐년의 깊은 협곡과 콜로라도 강의 이미지를 통해 잔잔하게 그려냈다. '우렁각시는 어디로 갔나''여자의 몸-Before & After'는 여성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여러가지 시선을 통해 오늘날 세태를 우회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소설가 전경린씨는 "권지예의 최근작들은 배배 꼬는 계산이나 내숭이 없어 통쾌하고 천연덕스럽고 개운하고 무척 재미있다"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