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계 "미국 자동차업계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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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계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업체들을 지원하겠다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시장을 크게 잠식하고 있는 것을 의식,미·일간 자동차 분쟁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쿠다 히로시 일본게이단렌 회장(도요타자동차 회장)은 25일 게이단렌 출입기자들과의 정례회견에서 "GM을 포함한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자동차는 미국을 상징하는 산업인 만큼 일본도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 메이커와 기술 제휴를 확대하거나 자동차 가격을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며 도요타 등의 자동차 판매가격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일본차 가격을 올림으로써 GM과 포드 등 미국업체들이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여지와 명분을 만들어주겠다는 뜻이다.
◆미·일 분쟁 사전 예방이 목적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오쿠다 회장의 이날 발언은 미국 자동차 메이커의 경영난이 자칫 양국간 자동차 마찰로 번질 것에 대비,사전 예방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의 이 같은 지원사격은 과거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 분쟁사를 돌이켜보면 이해가 된다. 미·일 양국은 지난 1980년대부터 대략 10년마다 분쟁을 반복해왔다.
일본은 80년대 중반에는 수출 자율 규제와 현지 공장 건설로 갈등 국면을 타개했다. 또 95년에는 도요타자동차를 중심으로 업계에서 미국산 부품을 대량 구매,미국측 반발을 무마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업체의 현지생산이 확대되면서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일본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도요타자동차부터 판매가격을 올려 시장점유율 자체를 자율 조정해 미국 자동차 업계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카드를 빼든 것으로 보인다.
오쿠다 회장이 이날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한숨 돌릴 시간을 줘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선 도요타가 가격을 올릴 경우 닛산 혼다 등이 뒤를 따를지는 두고볼 일이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담합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업체 모두가 일제히 올릴 경우 독점금지법에 저촉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오쿠다 회장은 "일본 메이커들은 과거 새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올리는 관행이 있었다"고 말해 앞으로 나올 신차부터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고려중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카를로스 곤 닛산 사장은 이에 대해 "노 코멘트"라고만 말했다.
◆일본차의 급성장
세계 1위 메이커인 GM은 올 1분기에 11억4천만달러의 적자를 내 경영파탄에 직면했던 1992년 1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냈다. 포드자동차도 지난 1분기에 흑자를 유지하기는 했지만,흑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7.9%나 감소했다.
이에 비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은 눈부시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차 3사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990년 15%선에서 2000년에 20%로 높아졌고,지난해에는 26.3%까지 치솟았다. 일본차 전체의 시장점유율은 30%를 넘어섰다.
일본 메이커들의 순익도 급증하는 추세다. 도요타는 2년 연속 순익 1조엔을 기록했고,닛산은 지난해 5천1백22억엔의 순이익을 거둬 5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