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7일자) 재건축 규제만으론 집값 못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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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값 불안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초강수(超强手)를 동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례적으로 경찰까지 나서 재건축 비리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건설교통부는 사업의 원천적 무효를 의미하는 분양승인 취소 카드를 내놓았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강남 집값을 붙들어 매겠다는 정부의 강도높은 의지를 읽을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재건축 추진과정에서의 불법이나 편법, 조합과 건설업체들이 얽힌 뇌물거래ㆍ 담합 등의 비리가 재건축 조합원은 물론 일반 분양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집값을 부추겨온 비정상적 관행(慣行)을 뜯어고침으로써 분양가를 낮추겠다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런 점에서 강남 재건축의 높은 분양가가 주변 지역에 이어 수도권 집값 상승까지 불러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재건축 시장질서를 회복함으로써 집값이 안정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또한 큰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강남권 주택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안이 없는 가운데 분양가를 규제하고 재건축을 억제하는 정부의 이같은 고강도 조치가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올들어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잇따라 초고층 아파트 재건축 불허,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은 아파트 건설업체에 대한 세무조사 등의 대책들을 내놓았으나 모두 공급확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행정력을 동원해 재건축 분양가를 낮추는 것이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재건축 시장의 전반적인 혼란을 부추기고 앞으로 재건축 자체를 어렵게 함으로써 강남의 기존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등 오히려 주택시장을 왜곡(歪曲)시키는 부작용을 무엇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강남지역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어 2~3년 후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또다시 집값이 폭등할 가능성 마저 크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재건축을 규제하는 것만으로 집값을 잡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실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가격억제 방식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경험해온 만큼 강남권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강남에서 아파트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재건축이라면 이를 누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