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반만이라도 따라가야.' 정부 각 부처의 '기업 배우기' 열풍이 검찰에도 불어닥치게 됐다. 김종빈 검찰총장이 26일 주재한 기자 오찬 간담회에 배석한 정상명 대검 차장은 "검찰도 6시그마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차장은 "지난 77년 검사로 임용된 이후 최근 대구에 (고검장으로) 다시 갔는데 변한 것이라곤 타자기가 컴퓨터로 바뀐 것 말고는 없더라"며 "팀원과 팀장의 단일 결재라인을 갖춘 포스코처럼 검찰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도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기업의 IT(정보기술) 역량을 수사에 접목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 총장은 "인권수사를 하려면 과학수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기본적으로 감정·감식기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IT를 이용한 첨단수사장비를 갖추겠다"며 수사의 과학화 방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간부들도 "검찰 역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업을 배워야 한다"며 검찰 수뇌부의 입장에 동의했다. 퇴직 검사들의 잇단 기업행에 대해선 긍정론이 제기됐다. 박영수 대검중수부장은 "검사들이 조직생활을 잘하는 데다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늘어난 데도 검사들이 기여한 측면이 많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검사들이 기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 총장은 전날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발표해 '국민의 알권리 침해' 논란을 촉발시킨 것과 관련,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서는 공보준칙 및 지침에 맞춰 필요한 범위 내에서 (내용을) 공개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