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無水不秀 水無山不淸,曲曲山回轉 峯峯水抱流'(산은 물이 없으면 수려하지 않고 물은 산이 없으면 맑지 못하다. 골짜기 골짜기마다 산이 돌아가고,봉우리 봉우리마다 물이 감아돈다.)


한시에 문외한이라도 중국 동남부 제일의 절경으로 꼽히는 무이산(武夷山)과 그 산을 굽이쳐 흐르는 구곡계(九曲溪)가 눈앞에 펼쳐지면 누구라도 한시 한 수 정도 읊조리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지름이 15cm는 족히 될 법한 이 지방 특산 대형 대나무 7∼8개를 엮어 만든 뗏목에 오르면 배는 굽이굽이 물길을 따라 돌며 인간세상에 작별을 고하고 무릉도원으로 여행자를 인도한다.


바닥까지 모두 드러나 보이는 잔잔한 코발트 빛 물속에는 한가로이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노닐고 뗏목이 일으키는 물살을 타고 물에 비친 산봉우리가 출렁인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마치 영화 필름을 돌려놓은 듯 한 굽이 한 굽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전설과 이름을 간직한 절벽과 바위들이 열병하듯 도열해 이방인을 맞아준다.


칼을 대고 썰어낸 듯한 절벽이 있는가 하면 거북이도 있고 두꺼비도 있으며 인간의 형상을 한 기암괴석도 순서를 기다린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아까와는 또 다른 산이 거기서 그렇게 나를 배웅한다.


달랑 대나무 막대기 한 개를 손에 들고 뱃머리에 선 22세 처녀 뱃사공은 연신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전설을 전한다.


여성의 젖가슴을 닮았다하여 이름지어진 쌍유봉(雙乳峯)에 이르러서는 새하얀 뱃사공의 볼이 살짝 발그레해진다.


얼마쯤 갔을까.


일엽편주를 타고 떠난 동양화 속의 여정이 어느새 훌쩍 한 시간을 넘어선다.


화폭을 벗어나는 객의 뒤를 옥녀봉이 또 하나의 전설을 품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푸젠성(福建省)에 위치한 무이산은 중국 10대 명산의 하나로 중국에서 제일 먼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6개의 봉우리와 99개의 암석,2개의 병풍절벽,8개의 고개,3개의 바위암봉이 있고,계곡도 많아 4개의 계곡,9개의 여울,5개의 웅덩이,11개의 골짜기,13개의 샘이 있다고 한다.


이미 한대(漢代)에 명산으로 봉해져 유 불 도 삼교의 자취가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무이산은 조선시대 우리 선비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주자(朱子)가 성리학을 완성한 곳으로 유명하다.


주나라의 공자가 태산에서 유학을 창시했듯이,남송때 주자는 무이산에서 신유학인 주자학을 완성시켰다.


주자는 무이정사에 은거하며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양성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무이정사에서 서원의 모범을 찾았고,구곡계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주자의 무이구곡가를 읊으면서 주자를 흠모했다.


율곡 이이가 지은 고산구곡가(孤山九曲歌) 역시 무이구곡가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렇지만 무이산에 가기 어려웠던 조선시대 선비들은 무이구곡을 그린 무이구곡도를 보며 주자의 학문을 흠모했을 뿐이었다.


무이산은 우롱차의 원산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무이산 바위틈에서 자라나는 무이암차가 대표적인데 이중 현재 6그루만 남아있는 대홍포(大紅袍)는 우롱차중 최고로 꼽혀 황제에 진상됐다고 한다.


대홍포는 특히 아홉번을 우려내도 향이 여전한 것이 특징이며 가격 또한 그 희소성으로 인해 엄청나게 비싸다.


일반적으로 이 지역에서 팔리는 우롱차는 대홍포 가지를 꺾꽂이한 ‘2대 대홍포’나 씨를 받아 싹을 틔운 ‘소홍포’이지만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입에는 어느 것이나 훌륭한 맛을 내기는 마찬가지다.


무이산의 아름다움은 구곡계에만 있는건 물론 아니다.


일부러 무이산까지 찾은 사람이라면 천유봉을 놓치고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천유봉은 천길의 절벽위에 암봉이 우뚝 솟은 무이산 최고의 절경이다.


그래서 예부터 천유봉을 무이산 제일의 경치라 했고,천유봉에 오르지 않으면 무이산을 구경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절벽 능선을 따라 만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보면 이마엔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잠깐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시원스런 포말이 어디선가 날아든다.


천유폭포다.


천유봉 정상에서 가파른 절벽위로 흘러내리는 천유폭포는 그 옛날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계곡 아래 선욕담까지 긴 물줄기를 이어간다.


눈을 돌려 다시 뒤를 돌아보면 발아래로 굽이굽이 풍경화 천지다.


그렇게 걷고 쉬기를 반복하며 가뿐 숨으로 돌계단을 1천여개를 오르면 무이산과 구곡계가 모두 다 발아래다.


무이산=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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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무이산은 아직 한국 관광객에게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다.


그렇지만 중국 하면 매캐한 공기를 떠 올리는 사람이라면 훼손되지 않은 중국의 자연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무이산에는 특히 특별 자연보호 구역도 있어 전 세계적인 휘귀 동식물을 찾아보는 생태관광 코스도 가능하다.


자연속에만 묻혀 있기 지루한 사람들은 올 하반기부터 무이산 자락에서 호쾌한 티샷도 날릴 수 있다.


18홀 규모의 골프장이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장하기 때문이다.


기후도 온화하다.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거의 없고 무이산시의 연평균 기온은 15∼18도 정도다.


한국에서 무이산 직항편은 없고 샤먼(廈門)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 후 다시 무이산행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샤먼까지는 중국 샤먼항공이 인천∼샤먼 직항노선을 주3회(수·금·일)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30분.


하문에서 무이산까지는 수시로 국내선 비행기가 다니며 비행시간은 30분 정도다.


샤먼은 중국의 경제특구로 여행전 비자를 받을 필요 없이 현지 공항에 도착해서 간편하게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섬 도시인 샤먼은 국가에서 인정한 환경도시로 도시 전체가 아주 깨끗하게 잘 정비돼 있다.


더욱이 온화한 기후와 가로수로 심어진 야자나무는 남방의 정취를 물씬 풍겨 여기가 과연 중국인지 착각할 정도다.


스타피언 투어119(02-725-1114,www.tour119.co.kr)는 중국 샤먼항공과 함께 샤먼과 무이산을 모두 둘러보는 3박4일,4박5일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4박5일 상품은 샤먼(1박)∼무이산(2박)∼샤먼(1박)의 일정으로 구성돼 있다.


1인당 49만9천원∼74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