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취임한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조직 장악법이 과천 관가에서 화제다. 카리스마나 권위 대신 일과 실력을 바탕으로 한 '실천형 리더십'으로 만만치 않은 재경부 조직을 꽉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부총리는 지난 26일 해외 재경관 15명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파견 이사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각국이 분야별 정책개발 경쟁을 벌이면서 다른 나라 정책에 대한 벤치마킹도 강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수한 인재들이 세계 각지에 포진해있는 재경부에 부임한 이후 관련 보고를 거의 받아보지 못해 정책개발 의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앞서 한 부총리는 지난주 세제실 국·과장들과 점심을 먹으면서도 "앞으로 한두 달 안에 세제실의 모든 과장들이 해외 출장을 다녀오라"고 지시,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는 "선진국 어느 나라든 방문해 그 나라의 세제담당 공무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이 무엇이고,어떤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등을 연구해오라"고 주문한 것. 재경부 관계자는 "한 부총리가 탄탄한 실력과 논리를 갖춘 데다 일벌레 스타일이어서 직원들이 대충대충 넘어갈 수 없게 됐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한 부총리의 이같은 모습은 지난 69년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다 재무부 장관으로 발탁됐던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스타일과 닮았다는 평가다. 남 전 총리는 당시 재무 관료의 전형이던 모 간부에게 한국 금융의 문제와 대책을 보고하게 한 뒤 자신의 논리로 조목조목 보고서의 허점을 지적하는 '실력'을 발휘해 재무부를 장악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